이명박 대통령의 청와대 참모 출신들이 새누리당 공천에서 줄줄이 고배를 마신 5일 청와대는 말을 잃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는 총선에 관여하지 않는 만큼 공식 견해를 밝힌 적이 없다. 오늘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의 몰락’을 보고 받았지만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고 청와대 측은 설명했다.
하지만 참모들은 ‘이럴 수가 있느냐’며 분통을 터뜨리거나 ‘올 게 왔다’며 허탈해했다. 한 참모는 “4년 전 친박(친박근혜)계의 좌초에 견줘볼 때 5일 공천 결과는 침몰의 주체가 ‘이명박 키즈’로만 바뀌었을 뿐 판박이”라고 평가했다. 다른 참모는 “이런 식이라면 당-청 관계는 사실상 선이 끊긴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측근들의 총선 출마에 대해 ‘각자도생(各自圖生)’하도록 사실상 방관한 것이 이런 결과를 가져왔다는 지적도 나왔다.
얼마 전까지도 일부 참모는 “그래도 현직 대통령인데, 당이 몇 사람은 챙겨주지 않겠느냐”고 말하곤 했다. 하지만 이날 결과만 놓고 본다면 ‘대통령 몫’은 없다는 게 확인된 셈이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전화 한 통만 걸어주었다면…”이라며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통령 임기 5년차에 치러진 1992년 총선 때와 비교하며 “비애감이 든다”는 이들도 있었다. 김영삼 민자당 대표가 노태우 대통령의 민정계를 압박하던 당시에도 청와대 정치특보 출신 노재봉 전 국무총리, 현직에 있던 김종인 경제수석을 비례대표에 공천되도록 하는 등 배려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청와대 출신 공천 신청자들은 최근 “공천 결과와 관련해 단일한 대오로 대응하자”고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 인사는 5일 “공동 대응을 반드시 당의 결정에 집단 반발을 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