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군기지 착공 이후]야권 vs 軍 vs 제주… 기지건설 3각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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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9일 03시 00분


야권 “구럼비 사수” vs 軍 “정치쟁점 안돼” vs 제주 “일단 멈춰라”
■ 총선 정국 소용돌이

“충돌 막아라” 시위대 사이 경찰버스 8일 제주 서귀포시 강정천 체육공원에서 ‘제주해군기지 건설촉구 시민대회’가 열려 전국에서 온 기지건설 찬성자 1000여 명이 집결했다(아래쪽). 해군기지 건설 반대 단체도 경찰 차벽 너머 80m 거리에 집결하는 등 강정마을은 하루 종일 긴장 상태가 이어졌다. 서귀포=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충돌 막아라” 시위대 사이 경찰버스 8일 제주 서귀포시 강정천 체육공원에서 ‘제주해군기지 건설촉구 시민대회’가 열려 전국에서 온 기지건설 찬성자 1000여 명이 집결했다(아래쪽). 해군기지 건설 반대 단체도 경찰 차벽 너머 80m 거리에 집결하는 등 강정마을은 하루 종일 긴장 상태가 이어졌다. 서귀포=이훈구 기자 ufo@donga.com
해군이 8일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을 위해 구럼비 해안 발파를 이틀째 진행하면서 정부 여당과 범야권, 제주특별자치도까지 얽혀 복잡한 폭발음이 들리고 있다. 특히 4·11총선을 불과 한 달여 앞두고 해군기지 건설 논란이 선거 이슈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 때처럼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우려도 감지되고 있다.

○ 범야권 ‘해군기지 반대 촛불시위’ 나설 듯


범야권은 구럼비 해안 발파 공사를 맹비난했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물론이고 종교계 등 정치권 밖 인사들까지 가세했다. 일각에선 서울시내에서 대규모의 해군기지 반대 촛불시위도 계획하고 있어 지난해 말 한미 FTA 반대 촛불시위가 재연될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문성근 최고위원은 8일 트위터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겨냥해 “해군기지를 옹호한 박근혜…. 그녀의 정치철학이야 말로 ‘장군 파파’ 박정희의 70년대 군대식 밀어붙이기”라고 비난했다. 그는 전날엔 “MB 정부가 제주 주민 가슴에 얼마나 칼을 꽂을 생각인지 모르겠다”는 글을 올렸다.

정치권 밖의 대표적 파워 트위터리안(트위터 팔로어 126만3000여 명)인 소설가 이외수 씨는 이날 ‘바위를 위한 노래’라는 시를 지어 트위터에 해군기지 반대론을 폈다. 이 씨는 시에서 “천만년 한자리에 붙박여 사는 바위도 날마다 무한창공을 바라본다”며 발파작업을 비판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멘토 삼아 정치세력화를 모색하는 ‘청년희망플랜’도 이날 트위터에 구럼비 해안 사진을 퍼 나르며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했다. 대한불교조계종 화쟁위원회도 성명을 내고 “정부는 구럼비 발파를 즉각 중단하고 다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도 “구럼비를 발파한 것은 현 정부가 국민의 절규를 무시한 것이고 민주주의를 짓밟은 처사”라고 주장했다.

○ 군, “정치 쟁점화로 국력 소모 안돼”


정부는 8일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정치·사회적 갈등이 확산돼서는 곤란하다며 기지 건설의 정당성을 거듭 호소했다. 제주해군기지 사업은 2007년 지역주민과 제주도의 건의를 받아들여 강정마을에 건설하기로 한 만큼 더 이상의 논란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황기철 해군참모차장은 이날 오전 국방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제주해군기지 건설은 국가안보뿐만 아니라 제주도의 발전을 위해서도 시급한 국책사업”이라며 “더 이상 정치적으로 쟁점화돼 국력을 소모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공사 중단 주장에 대해선 “계획된 공사가 2015년까지 완공될 수 있도록 법적 절차를 준수해 중단 없이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일축한 뒤 “공사 과정에서 환경훼손에 대한 우려가 있고 그 안타까움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국가안보와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는 해군기지가 꼭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황 차장은 환경단체 등에서 구럼비 해안의 자연경관을 담은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퍼뜨리며 환경 파괴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는 데 대해 “2009년에 (기지 건설) 반대 측과 공동 생태계 조사를 하고 환경영향평가를 한 결과 구럼비같이 용암이 분출된 곳은 제주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것으로 나왔다”고 반박했다.

새누리당도 해군기지 건설은 노무현 정부 때 확정돼 추진한 국책사업인 만큼 계속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완 새누리당 제주도당 위원장은 이날 제주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는 국무총리 시절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제주해군기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가 이제 와서 총선을 겨냥해 정략적으로 말 바꾸기를 하고 있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면서도 김 위원장은 “(기지 건설로 인해) 상처받은 강정마을 주민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공동체를 복원할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며 정부에 해결책을 촉구했다.

○ 제주 민심도 술렁


제주도는 해군 측의 공사 강행에 대해 ‘공유수면(공공용으로 관리하는 국가 소유 수면) 매립공사 정지 행정명령’으로 맞서고 있다. 정부 방침에 대응해 사실상 ‘최후의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 행정명령에 앞서 20일 청문회를 실시한다고 해군 측에 통보했다.

제주 민심도 술렁이고 있다. 그동안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대하며 해군기지 건설에 긍정적이던 제주상공회의소는 ‘15만 t 크루즈선 2척 동시 접안’ 시뮬레이션에 대한 제주도의 검증 요구를 정부가 거부하자 반발하고 있다. 제주상의는 “제주도가 참가하는 검증 요구를 정부와 해군이 전향적으로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여기서 정부가 발표한 지역발전계획의 국비 지원 규모가 제주도가 요구한 9962억 원에서 5787억 원으로 줄어들자 도내 곳곳에선 “자존심이 상한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날 관광업계 관계자는 “찬반양론이 첨예한 해군기지를 건설하면서 정부가 민심을 얻기 위해 통 큰 지원을 해야 하는데 실망했다”고 말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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