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북한에 억류됐다가 풀려난 중국계 미국 여기자 로라 링 씨가 탈북자 북송 중지를 촉구하는 비디오를 찍었다. 링 씨는 미 커런트TV 기자로 2009년 3월 북-중 접경지대에서 탈북자 인신매매 실태를 취재하다 북한 당국에 체포돼 140일 동안 고초를 겪다가 평양에 파견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도움으로 풀려났다.
현재 미 케이블채널 ETV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캘리포니아 토런스에 본부를 둔 북한인권단체 ‘링크(LiNK·Liberty in North Korea)’가 긴급 제작한 탈북자 강제북송 중단 촉구 캠페인 비디오에 출연해 이들의 북송을 막아달라고 국제사회에 호소했다.
‘Lisa & Laura Ling #savemyfriend PSA’라는 제목으로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 비메오(vimeo.com/38044020)에 6일 올라온 2분짜리 비디오에서 로라 링은 북한에 억류됐던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내 생애 가장 끔찍한 기억”이라고 입을 연 뒤 “그러나 (나는) 무사히 살아 돌아와 자유의 몸이 됐다. (하지만) 아직 북한에는 당시 나처럼 하루하루 공포에 떨며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이 있으며 지금 북송될 처지에 있는 탈북자 30여 명도 북한에 돌아가면 그런 공포 속에서 고문을 받거나 사형에 처해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링 씨는 “이들은 누군가의 어머니 아버지 형제자매이며 자유롭게 살아갈 권리가 있는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라며 “내가 국제사회의 도움으로 살아 돌아온 것처럼 중국이 이들을 강제 북송하지 않도록 모두 힘을 합쳐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동영상=北에 억류됐던 로라 링, 전세계에 호소
비디오는 100만 명 서명을 목표로 하는 북송저지 온라인 청원운동 ‘세이브마이프렌드’에 동참해줄 것과 트위터,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캠페인을 널리 알려달라는 메시지로 끝을 맺는다. 마지막 화면에는 ‘지금이 바로 행동에 옮길 때’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이번 촬영에는 링 씨처럼 북한 잠입 취재 경력이 있으며 현재 오프라 윈프리 네트워크 프로듀서로 활동하는 언니 리사 링 씨도 함께 출연해 힘을 보탰다. 지지자들의 댓글도 속속 올라오고 있다.
비디오 제작을 총괄한 링크의 박석일 정책국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억류됐을 당시 기억을 되살리는 것이 부담이 될 것 같아 어렵게 부탁했는데 링 씨가 흔쾌히 수락했다”며 “직접 원고를 써 와서 실수 한 번 하지 않고 완벽하게 촬영했다”고 말했다.
박 국장은 “링 씨는 자신은 미국인이었기에 그나마 나은 대접을 받았지만 이번에 북송되는 탈북자들은 북한에서 어떤 처우를 받게 될지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매우 걱정스럽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한국에서 차인표 등 연예인이 동참한 북송저지 운동이 큰 주목을 받은 것처럼 미국에서도 로라 링 씨 같은 유명인이 앞장서 탈북자 북송 위기를 널리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비디오 제작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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