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오늘 발효]“관세 사라져 한국산 버섯 경쟁력 ‘쑥’… 이젠 美동부권 공략”

  • Array
  • 입력 2012년 3월 15일 03시 00분


공동수출 조직 ‘머쉬엠’ 4년째 운영… FTA로 활로 찾는 ‘송이올’ 김일중 대표

국내 버섯농가들의 공동 수출조직인 머쉬엠의 김일중 대표가 13일 경기 안성시 서운면의 ‘송이올’ 농장에서 살균 및 생육 과정을 거쳐 수확을 앞둔 새송이버섯의 성장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안성=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국내 버섯농가들의 공동 수출조직인 머쉬엠의 김일중 대표가 13일 경기 안성시 서운면의 ‘송이올’ 농장에서 살균 및 생육 과정을 거쳐 수확을 앞둔 새송이버섯의 성장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안성=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관세가 철폐되면 미국 시장에서 일본 기업과 본격적인 경쟁을 할 수 있을 겁니다.”

14일 오후 경기 안성시 서운면의 버섯농장 ‘송이올’. 직원 10여 명이 55일간의 살균 및 생육 등의 과정을 거쳐 갓 수확한 새송이버섯을 작업대에 올려놓고 선별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를 지켜보던 김일중 대표는 요즘 20%에 이르던 미국 수출관세가 5년 안에 완전히 없어지는 데 대해 적잖은 기대감을 나타냈다.

일본 식품회사인 호쿠도사가 지난해부터 미국 현지에 버섯농장을 설립해 판매에 나서면서 한국산 제품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졌지만 이번 FTA 발효를 계기로 만회할 수 있다고 김 대표는 자신했다. 그는 “교포 중심인 미국 서부시장 수출을 뛰어넘어 워싱턴 뉴욕 등 동부권에 적극 진출할 계획”이라며 “이미 버지니아 주의 유통매장 두 곳에 버섯제품을 공급했다”고 말했다.

○ 매출 3년 만에 2.6배로 급증

김 대표가 처음부터 해외시장을 목표로 버섯을 생산한 것은 아니었다. 앞으로 국내의 버섯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뒤 2002년 농장을 설립했다. 하지만 농민들이 너도나도 버섯 생산에 뛰어들어 가격이 떨어지자 방향을 전환할 수밖에 없었다. 새송이버섯 가격은 현재 400g 한 봉지에 1300원으로 2000년 초반에 비해 4분의 1 수준으로까지 떨어졌다.

김 대표는 “일부 농장이 개별적으로 수출에 나섰지만 곧 한계에 부닥쳤다”고 말했다. 가격협상력이 약하고 안정적인 물량 공급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송이올을 포함한 17개 농가가 손을 잡았다. 2008년 공동 투자해 수출조직 ‘머쉬엠’을 설립한 것이다. 대표는 그가 맡았다.

현재 머쉬엠은 자본금이 2억9200만 원에 이르고 연간 최대 1만4000t까지 생산할 수 있다. 지난해 총 876만7000달러(약 98억 원)어치를 수출하면서 매출이 3년 만에 2.6배로 껑충 뛰었다. 머쉬엠은 국내 전체 버섯 수출의 73%를 차지할 정도로 뿌리를 탄탄히 내렸다. 김 대표는 “지난해에 값이 떨어진 국내산 배추를 대만에 1700t 수출하기도 했다”며 “장기적으로는 국내 농산물을 전문으로 수출하는 조직으로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 FTA는 위기이자 기회

15일 발효된 한미 FTA로 값싼 미국산 농산물이 국내로 들어오는 게 불가피한 만큼 국내 농가의 상당수는 상실감에 빠져 있는 게 사실이다.

농림수산식품부도 14일 “한미 FTA 발효로 즉시 관세가 철폐되는 품목은 이미 거의 수입에 의존하는 품목들로 국내 농업계에 즉각적인 피해는 거의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향후 15년간 약 12조6683억 원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머쉬엠의 사례는 FTA가 국내 농가에도 적지 않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윤미정 농수산물유통공사 차장은 “한-칠레 FTA가 발효될 때도 국내 포도농가의 상당수가 망할 것이라고 우려했지만 현재는 국내 농가들이 품질을 높이고 공동으로 수출에 나서면서 전 세계로 수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국내 버섯 재배기술은 대부분 일본에서 들여왔기 때문에 국제시장에서 경쟁이 이뤄지면서 일부 로열티를 지불하고 있다”며 “정부는 기술력이 있는 농산물에 대해 농민들이 선제적으로 특허신청 등을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안성=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