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미 FTA가 왜 國益인지 보여줄 때 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15일 03시 00분


오늘 0시 드디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했다. 반미(反美)의식을 숨기고 한미 FTA 발효에 극력 반대했던 세력이 역시 억지를 부렸음을 확인할 수 있는 ‘새로운 시간’에 진입했다. 한미 FTA는 무역과 새로운 일자리 창출의 기회를 늘리며, 소비자들의 편익을 증대시키는 협정이다. 미국과 아직 FTA를 맺지 못한 중국 일본 등과의 수출 경쟁에서 우리가 전보다 경쟁력이 높아졌다. 한미 FTA가 반대세력의 주장대로 ‘부자를 위한 협정’이 아니라, 일자리를 늘려 양극화 완화에 기여하는 협정임을 우리 정부와 기업들이 보여줘야 한다.

미국 1위 드러그스토어인 월그린사의 글로벌 구매책임자가 한국 상품 구매협상을 위해 다음 달 한국에 온다. 세계 최대 홈쇼핑업체인 미국 QVC와 코스트코 등 대형 유통업체, 랄프 로렌 등 5개 글로벌 패션브랜드의 구매책임자는 6월에 방한한다. KOTRA의 주선으로 한국 업체와 구매상담을 벌이겠다는 글로벌 대기업들의 명단이 길어지고 있다.

한미 FTA 발효로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3%를 차지하는 미국과의 사이에 관세가 없어진다. 국내 소비자는 미국산 9061개 품목의 관세 폐지로 와인 과일 의류 가방류의 가격이 떨어지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미국 자동차업체들은 일부 모델의 국내 시판가를 100만∼200만 원 내렸다.

한국 수출업체는 미국시장에서 관세 폐지라는 특혜를 받는다. 중소 수출기업이 관세 혜택을 보려면 원산지 규정을 잘 활용해야 한다. 우리와 FTA를 맺은 미국 유럽연합(EU) 아세안 인도 등의 원산지 규정이 각각 달라 중소기업들은 전산화해 처리할 필요가 있다. 관세청은 맞춤형 FTA 컨설팅을 해주고 통관지원팀을 24시간 운영한다.

서비스 산업 개혁개방으로 체질 개선을


김정호 농촌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우리 농업이 포화 상태인 국내시장에서 벗어나 국외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농업을 개방의 피해산업으로 놓아둬선 안 된다. 미국 서부로 진출한 뒤 동부 시장까지 노리고 있는 아산 배와 안성 새송이버섯도 도약할 기회를 잡은 셈이다. 최대 닷새까지 걸리던 대미 수출 통관절차가 48시간 이내로 단축되고 연간 8000만 달러가량의 각종 수수료가 사라지는 것도 한미 FTA의 효과다.

KOTRA는 “한미 FTA 발효 직전부터 한국 투자에 대한 미국 일본 기업들의 관심이 커졌다”고 전했다. 미국의 자동차부품사는 중국에서 한국으로 공장 이전을 검토 중이다. 일본 공작기계업체는 이달 중 대구에 공장을 착공할 예정이다. 일본 도레이첨단소재가 경북 구미에 탄소섬유 공장을 짓기로 한 것도 ‘FTA 허브’인 한국의 강점을 높이 산 때문이다. 저임금을 찾아 중국 등지로 떠났던 국내 기업의 U턴도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 FTA 발효로 외자의 국내 진입이 늘어나면 장기적으로 일자리가 35만 개 증가할 것으로 분석된다. 일자리 창출 효과를 높이기 위해 정부가 투자 환경을 개선해 기업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

ISD는 국내 기업의 해외투자를 보호하는 효과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미 FTA 발효를 계기로 국내 경제체질 개선과 구조조정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에 비해 생산성이 크게 떨어지는 국내 서비스산업의 개편이 시급하다. 미국의 투자와 테크놀로지를 받아들여 의료 법률 교육 회계 서비스 분야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법률시장의 단계적 개방에 맞춰 미국 로펌의 한국 상륙이 시작돼 국내 서비스산업의 ‘빅뱅’을 예고한다. 관련 업계는 허물어지는 업종별 진입장벽을 다시 세우려하기보다 개방 현실에 맞춰 경쟁력을 키울 도리밖에 없다.

미국 의회조사국은 지난해 보고서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한미 FTA가 한국의 경제적 생존에 필수라고 보고 취임 초부터 적극 추진했다”고 평가했다. 그런데도 일부 한미 FTA 반대 세력은 아직도 철 지난 유언비어를 다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한미 FTA 폐기를 주장하다가 역풍을 맞자 ‘전면 반대’ ‘재재협상’ 등으로 비난 수위를 낮췄다. 반대파들이 문제 삼은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는 세계적으로 수천 개의 협상이나 한국이 과거에 맺은 여러 협정에도 대부분 들어 있다. 정부는 미국과 ISD를 논의할 때 한국 기업의 해외투자를 지켜주는 기능이 유지되도록 주의해야 한다.

한미 FTA는 양국의 동맹을 강화하는 끈끈한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제프리 쇼트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국은 한미 FTA라는 경제동맹으로 한국과 동아시아에 깊이 관여한다는 점을 천명했다”며 통미봉남(通美封南)하려는 북한에 엄중한 신호를 보냈다고 해석했다. 한미 FTA는 성장동력이 위축되고 잠재성장률이 하락한 한국 경제에 활력을 줘 3만 달러 소득 시대로 올라가는 도약대가 될 수 있다. 정부 기업 국민이 한국 경제의 앞날을 좌우할 수도 있는 한미 FTA를 최대한 생산적으로 활용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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