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희 해군참모총장은 17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서울 집무실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 내내 단호한 어조로 “천안함 46용사와 유족들의 한을 꼭 풀겠다”는 말을 반복했다. 북한이 2년 전 ‘천안함 46용사’를 차가운 백령도 앞바다에 수장시킨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그의 목소리는 분노로 떨렸다. 최 총장은 이어도 관할권과 독도 영유권 문제를 비롯해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견해를 밝혔다.
―해군 수뇌로서 천안함 폭침 2년을 맞는 심경은….
“새해나 현충일에 대전현충원을 가면 타 군은 현충문 앞에서만 참배하면 되지만 해군은 그럴 수 없다. 천안함 46용사와 제2연평해전, 연평도 포격 도발로 산화한 동료들의 묘역을 다 돌고 나면 견디기 힘들 만큼 울분이 치밀고 가슴이 미어진다. 나를 포함해 모든 장병이 비명에 간 장병과 유족들의 가슴에 맺힌 한을 반드시 풀어주겠다는 각오와 결의를 뼛속 깊이 새기고 또 새기고 있다.”
―최근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북한이 도발해오면 천안함과 연평도 도발의 복수 차원에서 강력히 응징하겠다고 했다.
“그간 북한에 도발하면 백배천배 응징하겠다는 우리의 강력한 의지가 전달되지 못했고, 그 의지를 실행할 수 있는 여건도 미흡했다. 하지만 이젠 다르다. 우린 사실 (적의 도발을) 기다리고 있다. 결코 수사적 표현이 아니다. 적이 또 도발하면 국민이 속 시원할 정도로 우리가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할 만큼 처절하게 응징할 태세가 돼 있고 꼭 그렇게 할 것이다.”
―북한이 다시 도발한다면 어떤 형태가 될까.
“최근 북한이 서해 쪽 도발을 준비하는 움직임이 많이 감지된다. 황해도 고암포 기지가 완공됐고, 지대함 유도탄도 계속 서해에서 발사하면서 성능시험을 하고 있다. 각종 기습 전력들을 도발하기 좋은 장소로 옮겼고 훈련도 예년보다 2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서해에 관심을 집중시킨 뒤 전혀 다른 무기로 동해나 후방지역에서 ‘성동격서(聲東擊西)’ 형태로 더 악랄한 수법의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제주 해군기지를 ‘해적기지’로 표현한 김지윤 전 통합진보당 청년비례대표 예비후보를 명예훼손으로 검찰에 고소했다. 왜 그랬나.
“나뿐만 아니라 많은 장병과 국민이 그 발언을 접한 후 분노하고 슬퍼했다. 누구나 나름의 논리와 관점으로 제주기지 건설을 반대할 수 있다. 하지만 지켜야 할 선이 있지 않은가. 제주기지 건설 문제를 떠나 우리 군이 존재하는 가치와 근간을 송두리째 흔드는 얘기를 듣고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김 씨는 ‘해적’ 표현이 해군 장병이 아닌 해군 당국과 정부를 지칭했다고 반박했다.
“자기 잘못을 피해가기 위한 일종의 꼼수라고 본다. 제주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자기의 주장과 논리를 얘기하는 건 수용할 수 있다. 하지만 해군 지휘관이나 장병에게 ‘해적질’을 한다고 매도하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다.”
―‘해적기지’ 발언 이후 김 씨는 당내 경선에서 떨어졌다. 소송을 취하할 생각은 없나.
“없다. 끝까지 법적 책임을 따지겠다.”
―유명 소설가나 일부 젊은이가 트위터를 통해 김 씨의 해적 표현을 옹호하는 글을 올렸는데 어떻게 보나.
“그런 분들은 한국이 처한 긴박하고 절박한 안보현실을 타개할 수단으로 제주 해군기지가 꼭 필요하다는 점을 조금이라도 이해해주길 바란다. 일단 무조건 반대하고 보자는 이상한 풍조가 확산되고 거기에 일부 젊은이가 현혹되는 것 같아 참 안타깝다.”
―과거 제주 해군기지의 필요성을 역설했던 정치인들이 지금은 결사반대를 주장해 국민이 혼란스러운 것 같다.
“난 정치를 모르지만 제주기지를 정치쟁점화해서 뭔가 이익을 얻고자 하는 게 아닐까. 그런데 최근 그런 주장이 점차 명분을 잃고 있다. 특히 최근 중국의 이어도 관할권 주장 등 주변국의 해양팽창 정책이 구체화하면서 민군 복합형 관광미항으로 건설되는 제주기지의 안보적 중요성에 많은 국민이 공감하고 있다. 반대 진영이 제기한 절차적, 환경적, 기술적 지적도 대부분 수용됐다. 이런 상황에서 발목을 잡는, 반대를 위한 반대는 계속 명분을 잃을 것이다.”
―제주 해군기지가 중국을 자극해 한반도 평화를 저해할 것이라는 주장을 어떻게 보나.
“그럼 다른 나라의 눈치를 보거나 자비를 기대하면서 우리 영토에 기지도 짓지 말아야 하는 것이냐. 우리 땅에 우리 군사기지를 건설하는 건 주권의 문제다. 솔직히 제주 해군기지를 둘러싼 이런 주장을 주변국이 어떻게 보고 느낄지 우려스럽다.”
―최근 한중 간 이어도 관할권을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은 과거부터 이어도 관할권을 주장했지만 해양과학기지 운영 등 여러 정황상 우리의 관할권에 속한다. 해군 경비함정들이 교대할 때 시간이 더 걸려도 제주도를 우회해 이어도를 거쳐 오도록 하고, 해상초계기도 주기적으로 이어도 해역을 감시한다. 이어도가 우리 관할 해역에 있다는 걸 해군이 실제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만약 이어도 관할권을 놓고 무력충돌이 벌어질 경우 우리의 대처 능력은 어떤가.
“G2(주요 2개국)에 걸맞은 해군력을 보유한 중국과의 군사적 정면대결은 무모하다. 세계 어느 나라도 그런 막다른 선택은 피해야 한다. 그래서 이어도 관할권 문제도 외교적 협상으로 해상경계선을 획정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하지만 이런 외교적 노력도 힘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효성이 별로 없다. 누가 우리의 영토나 영해를 건드리면 일정 부분의 아픔을 감수해야 한다고 인식시켜 줄 능력과 힘을 갖추는 건 국가안보의 기본이다.”
―최근 시마네 현에서 독도와 가장 가까운 섬에 자위대 주둔을 요청했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는데….
“우리가 실효적으로 지배하는 독도를 외교적 분쟁지역으로 비화하려는 의도에 말려들어선 안 된다. 만에 하나 (독도에 대한) 무모한 시도에 대비한 군사적 대응계획이 다 마련돼 있다. 쉽사리 그런 행동을 실천으로 옮기지 못할 것이다.”
―올해 8월 중국 항공모함 바랴크를 동중국해에 실전배치한다는 중국 언론의 보도를 어떻게 보나.
“항모의 능력은 통상적인 수상함 1, 2척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항모를 실전배치하면서 어떤 운영 개념을 잡느냐에 따라 주변국 안보에 미칠 파급력이 적지 않다. 더욱이 중국이 최근 이어도 관할권 문제 등을 적극 주장하는 것은 (항모 배치를 통해) 동북아 해양패권을 주도하겠다는 메시지란 점에서 우리에게 주는 압박은 굉장히 크다고 본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