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그는 난생처음 비행기를 타 봤다. 경북 경주에서 열린 동아일보 2011 경주국제마라톤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지만 그는 그 대회에서 2시간9분23초의 기록으로 덜컥 우승을 차지했다. 철저한 무명이었던 그가 마라토너로서 세상에 이름을 알린 순간이었다.
18일 열린 2012 서울국제마라톤 겸 제83회 동아마라톤대회. 그는 막강 ‘케냐 군단’의 일원으로 태어나 두 번째로 해외 대회에 출전했지만 그의 우승을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경력이나 개인 기록에서 그보다 뛰어난 선수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와 동아마라톤의 인연은 뜻밖의 결과를 냈다. 대회 초반부터 선두를 질주하더니 2시간5분37초의 대회 최고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 테이프를 끊은 것이다. 2시간5분대 기록은 한국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 역사상 처음 나온 것이다. 그는 우승 상금 8만 달러에 10만 달러의 기록 상금 등으로 20만 달러(약 2억2500만 원) 이상을 챙겼다. 동아마라톤을 통해 ‘인생 역전’에 성공한 그는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24)다.
2년 전까지 그는 주로 1만 m를 뛰는 중장거리 선수였다. 명목만 선수지 국가대표는커녕 케냐 국내 대회에서도 입상을 한 적이 없었다. 고심 끝에 그는 마라톤으로 전향했다.
마라톤은 생각 이상으로 그와 잘 맞았다. 풀코스 데뷔전이었던 지난해 초 케냐 몸바사 마라톤대회에서 그는 2시간12분47초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그리고 두 번째로 완주했던 지난해 10월 경주국제마라톤에서 두 번째 우승을 했다. 올해 서울국제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에서도 우승을 했으니 3번 완주해 3번 모두 우승한 셈이다.
이번 대회에서 그는 혼신의 역주를 펼쳤다. 특히 35∼40km의 5km 구간을 14분11초라는 놀라운 기록으로 주파했다. 너무 열중한 나머지 달리는 도중 왼쪽 엄지발톱이 깨지고 피부가 벗겨진 줄도 몰랐다. 대회를 마친 뒤 신발을 벗자 하얀 양말 위로 빨간 피가 배어나와 있었다.
그는 “내겐 달리는 것 자체가 기쁨이다. 동아마라톤은 날씨와 코스 등이 너무 훌륭하다. 내년에 다시 동아마라톤을 찾아 세계기록(2시간3분38초·패트릭 마카우 무쇼키·케냐)에 도전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우승 상금을 어디에 쓸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내가 태어난 곳은 케냐와 에티오피아 접경 지역이다. 그곳에 우리 가족을 위한 집을 사고 싶다. 또 누나가 2명 있는데 누나 아이들의 학비에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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