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195km를 뛰었다고 보기에는 너무 평온해 보였다. 그는 담담히 결승 테이프를 끊고는 차분히 성호를 긋고 하늘을 향해 기도를 올렸다. ‘고향 에티오피아의 가족과 함께 살 집을 마련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의 두 눈가에는 눈물이 맺혔다. 2012 서울국제마라톤 겸 제83회 동아마라톤 여자부에서 2시간23분26초의 기록으로 깜짝 우승을 차지한 타데세 페예세 보루(24·에티오피아) 얘기다.
보루는 세계무대에 이름이 거의 알려지지 않은 신예다. 2010년 세계하프마라톤챔피언십 4위에 오르는 등 주로 하프 마라톤을 뛰었다. 풀코스는 2009년 베네치아 마라톤(2시간36분57초)이 처음이었고 이번이 4번째 완주다. 지난해 에인트호번 마라톤대회에서 2위(2시간25분20초)에 오른 게 그의 최고 기록이었다. 이 때문에 이번 대회에서 보루의 우승을 예상한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보루는 35km 지점부터 선두에 나서며 생애 첫 국제대회 우승을 거머쥐었다. 그는 “우승은 상상도 못했다. 놀랍고 행복하다. 서울은 기온이 뛰기에 적당했고 바람도 전혀 없는 환상적인 코스였다”고 말했다.
보루는 많은 아프리카 선수들이 그렇듯 ‘마라톤 가장(家長)’이다. 그는 마라톤 대회 상금을 모아 고향의 부모와 다섯 형제를 부양하고 있다. 서울국제마라톤 우승상금 8만 달러(약 9000만 원)와 기록 보너스 1만 달러(약 1127만 원) 등 총 9만 달러(약 1억143만 원)의 두둑한 상금을 챙긴 보루는 “이 상금으로 가족이 살 수 있는 집을 사는 데 보탤 것”이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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