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국내외 7개 언론 인터뷰]“김정은, 南에서 지원만 얻어낼 속셈이면 만날 생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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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22일 03시 00분


남북 관계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 핵안보정상회의(26, 27일)를 앞두고 21일 청와대 본관 인왕실에서 동아일보를 비롯한 내외신과 공동 인터뷰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크리스천 올리버 파이낸셜타임스 기자, 대니얼 튜더 이코노미스트 기자, 박제균 동아일보 정치부장, 이 대통령, 앤드루 새먼 데일리텔레그래프 기자, 앨러스테어 게일 월스트리트저널 기자, 하코다 데쓰야 아사히신문 서울지국장. 청와대 제공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 핵안보정상회의(26, 27일)를 앞두고 21일 청와대 본관 인왕실에서 동아일보를 비롯한 내외신과 공동 인터뷰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크리스천 올리버 파이낸셜타임스 기자, 대니얼 튜더 이코노미스트 기자, 박제균 동아일보 정치부장, 이 대통령, 앤드루 새먼 데일리텔레그래프 기자, 앨러스테어 게일 월스트리트저널 기자, 하코다 데쓰야 아사히신문 서울지국장. 청와대 제공
이명박 대통령은 부자손 3대 세습 과정에 놓인 김정은 북한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에 대한 평가를 유보했다.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오히려 장거리 로켓발사 계획을 발표해 조성한 위기 국면을 두고 “김정은이 국제사회와 한 약속을 정면으로 저버리려는 현 상황을 어떻게 처리하는지가 그의 리더십을 살필 기회”라고 평가했다.

―어떤 조건이 충족될 때 김정은을 만날 수 있나.

“김정일이나 김정은이나 (정상회담을 위한) 조건은 같다. 남북 간 실질 협력을 하려는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북한은 전략적으로 한국에서 지원받는 것은 하고, 대화는 미국이나 중국과 한다. 이런 태도는 이제 옳지 않다. 김정일 위원장 생전에 북한에서도 만나고 싶어 했지만 조건이 항상 과거와 같은 패턴이어서 받아들일 수 없었다. 북한은 나를 만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만나느냐, 아니냐는 내게 달린 게 아니라 북한의 자세에 달려 있다. 나는 항상 준비돼 있다. 오늘 내가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네요. 허허.”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옛 소련 공산당 서기장을 ‘믿고 거래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을 ‘거래할 수 있는 사람’으로 보는가.

“고르바초프 서기장을 만나봤다. 대처 전 총리가 지칭한 그런 면모를 나도 봤다. 그런 점에서 대처의 판단은 옳았다. 하지만 김정은은 갑자기 대두된 인물이다. 평가를 내리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김정은에게 북한을 변화시킬 권력 기반이 있다고 보는가.

“나는 (공산주의 국가에서 개방에 성공한) 중국과 베트남의 정상을 만나면 북한을 많이 접촉해 달라고 부탁한다. 베트남 정상에게는 북한에 ‘우리를 봐라. 국제사회와 함께 열린사회를 만들어 놓으니까 크게 발전하지 않았느냐’라고 말해달라고 요청하곤 한다. 또 각 나라 정상들은 ‘그러겠다’고 답변했다. 나는 북한에서는 김정일이든 김정은이든 개방의 필요성을 느껴도 쉽게 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한다. (북한 특유의) 권력구조 때문이다. 중대한 변화는 북한 주민이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권력층이) 주민 변화에 영향을 안 받을 수 없다. 북한 정권의 변화보다는 주민 변화에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김정은의 리더십은 언제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북한의 리더십이 예상보다 빨리 바뀌었다. 김정은이 새로운 리더십을 얼마나 장악했느냐를 두고 여러 설(說)이 있다. 하지만 정확히 내부 사정을 평가하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이다. 미사일은 전 세계가 합의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엄격히 위반하는 것 아니냐.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김정은의 리더십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미국은 대북 식량 지원과 군사 문제를 연계하지 않았다. 이번에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다고 식량을 안 주면 북한의 실수에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닌가.

“한국과 미국 모두 식량 지원의 명분은 지금도 마찬가지로 인도적 지원이다. 우리가 영양식품으로 식량을 주는 것은 북한의 유아와 노약자를 위한 것이다. 인도적 지원과 이런 게(군사 문제가) 연계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미국 의회나 국민 여론이 상당히 (비판적 견해가) 많다. 미국이 따로 떼어 생각하는 데 상당히 고심할 것 같다.”

―임기 5년차를 맞아 남북 관계를 평가해 달라.

“내 임기 동안 큰 변화(성과)가 없었다는 말이 시중에 있다. (동의하지 않는 이유는) 우선 북한의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지금은 한국을 제외하고 미국 중국과 대화하는 게 가능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그게 큰 변화다. 남북 관계는 틀이 바뀐 것이다. 이런 변화가 축적되면서 이번에 북-미 회담에서 합의가 이뤄졌다. 나는 남은 임기 1년 동안 (정상회담을) 어떻게 하고 그런 거 없다. 북한이 새로운 리더십을 맞았으니까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진정성을 보이면 언제든지 대화할 수 있다는 생각은 여전히 유효하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대통령#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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