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수지, ‘듀셩슝셩’에서 ‘첫사랑’이 되기까지

  • 동아닷컴
  • 입력 2012년 3월 22일 13시 32분


● 수지, 1년 전 비난 세례에서 극찬의 대상으로
● 이미지가 맞아 떨어진 역할과 연기력을 인정받은 상대역

미쓰에이 수지(배수지·18)에겐 묘한 매력이 있다. 168cm 큰 키에 찹쌀떡처럼 하얀 피부, 긴 생머리, 샐쭉하게 웃는 눈.

영화 ‘건축학개론’(22일 개봉, 감독 이용주)은 그런 수지의 이미지를 120% 활용했다. 이야기는 건축가 승민(엄태웅)에게 첫사랑 서연(한가인)이 15년 만에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서연은 승민에게 자신의 집을 새로 지어 달라고 부탁하고, 두 사람은 집을 완성해 가며 과거를 떠올린다. ‘충무로의 블루칩’ 이제훈이 과거 승민을, 수지가 과거 서연을 맡는다.

네 배우의 분량은 동등하지만, 수지의 잔상은 유난히 강력하다. 배우 최강희도 자신의 트위터에 “수지가 갑(최고라는 뜻의 인터넷 용어)”이란 감상을 남겼다. 불과 1년 전 수지가 KBS2TV ‘드림하이’로 연기에 첫발을 뗐을 땐 미처 상상할 수 없던 일이었다.

▶ 양서연, 고혜미…우리가 기대하는 수지의 모습

수지와 서연이란 캐릭터는 접점이 많다. 밝고 당당하고 건강하다. 적어도 대중들이 기대하는 수지의 모습이다. 앞서 ‘드림하이’의 고혜미도 그렇다. 조금 쌀쌀맞아 보여도 실은 따뜻하고 여린 면을 가진,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일본으로 간신히 수학여행을 갈 수 있어 아주 기쁘지만 좀처럼 웃지 못한다.

‘드림하이’ 초반 수지는 ‘듀셩슝셩’(원래 대본에는 ‘두성과 흉성’)으로 집약되는 부정확한 발음과 어색한 표정 연기를 지적받았다. 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비난은 잦아들었다. 수지 본인의 노력도 있지만, 역할과 수지가 맞아떨어져 몰입도가 높아진 결과이기도 했다. 드라마 자체도 주인공들의 복잡한 내면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가수라는 꿈을 향해 달려가는 것에 집중했다.

서연도 비슷한 맥락이다. 서연은 ‘쿨하다’. 어머니를 일찍 떠나보낸 이야기를 꺼내자 승민은 미안하다고 말한다. 이에 서연은 “우리 엄마가 너 때문에 돌아가셨니? 뭐가 미안해”라고 반응한다. 승민이 몰래 입을 맞추자 쑥스러움을 숨기려 “오줌마려”라고 말하는 엉뚱함도 있다. 어느 순간 화면을 환하게 채우는 서연의 모습에 덩달아 웃게 된다.

▶ 김수현, 이제훈…수지를 빛나게 해준 남자들


김수현과 이제훈. 두 남자는 공통점이 꽤 많다. 잘 생긴데다 연기도 잘한다는 것, 또 수지의 ‘남자’였다는 점. 두 사람은 수지의 ‘아이돌 출신’이란 약점을 보완해준 최적의 상대역이었다.

‘건축학개론’에서 과거 이야기는 이제훈의 심리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파수꾼’, ‘고지전’ 등에서 강렬한 눈빛 연기를 보여준 이제훈은 어깨에 힘을 풀고 숙맥 대학생이 됐다. 어리바리한 행동이 답답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다. 이렇게 이제훈은 능수능란하게 관객을 끌고 간다.

상대적으로 수지는 이제훈에게 ‘보여 지는’ 대상이다. 미묘한 감정을 내보이기보다 행동하는 인물에 가깝다. 이 때문에 이제훈처럼 감정의 높낮이를 표현하지 않아도 된다. 또 늘 과거가 뿌옇게, 아름답게 기억되는 것처럼 첫사랑의 대상인 수지는 매 장면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김수현도 마찬가지다. 그는 아이돌 출신이 주연으로 대거 출연한 ‘드림하이’에서 유일한 정극 연기자였다. 김수현은 ‘농약 같은 가시나’ 고혜미의 상대역으로 들쭉날쭉해질 수 있는 로맨스의 중심을 잡아줬다.

▶ 언젠가 수지 ‘원톱 드라마’도 기대를

‘건축학개론’에서 이제훈과 수지는 건축학개론 수업 과제를 위해 집 정릉에서 개포동으로 버스를 타고 떠난다. 이 때 버스 뒷자리에 앉은 두 사람에서 따뜻한 봄볕이 드리워진다. 수지는 무심한 듯하고, 이제훈은 가슴 벅찬 표정이다. 참 사랑스러운 장면이다.

이처럼 극중 수지는 우리가 원하는 10대 후반 소녀의 느낌을 그대로 품고 있다. 자연스럽고 상큼하다. 물론 그런 수지의 모습을 이끌어 낸 것이 연출의 힘이고, 열심히 따라와 준 이가 수지다. 상대 배우들은 현명하게 ‘윈윈(win-win)’의 길을 찾아줬다. 물론 수지 스스로 힘겨운 시간도 있었을 터, 배우로서 수지는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여배우’이기도 하다.

어쨌거나 ‘건축학개론’은 수지의 말처럼 “인생에서 가장 풋풋한 수지가 있는 영화”다.

동아닷컴 김윤지 기자 jayla3017@donga.com
사진제공 | 명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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