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총선 D-5]막말 김용민 ‘버티기’… 속타는 민주… 속으로 웃는 새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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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6일 03시 00분


자질 논란 金, 나꼼수 멤버들과 대책 논의 후 “사퇴 안한다” 선 그어

서울 노원갑의 민주통합당 김용민 후보가 과거 부적절한 발언으로 자질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5일 노원구 공릉동에서 주민들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서울 노원갑의 민주통합당 김용민 후보가 과거 부적절한 발언으로 자질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5일 노원구 공릉동에서 주민들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민주통합당 김용민 서울 노원갑 후보(36)가 과거 인터넷방송 등에서 쏟아냈던 상식 이하의 폭언들이 퍼레이드라도 하듯 줄줄이 쏟아져 나오면서 민주당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김 후보는 성(性)에 관한 막말이 일파만파로 퍼지자 사과 동영상을 올리고 진화에 나섰지만 ‘폭탄’이 곳곳에서 터지면서 코너에 몰렸다.

5일 인터넷에선 김 후보가 지난 대선 직후인 2007년 12월 28일 한 인터넷언론에 기고한 ‘똥물보다 못한 친노(친노무현)’란 제목의 칼럼이 화제가 됐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과 그의 친위세력들은 그 많은 힌트(노 대통령이 반성하고 정치를 잘할 기회)를 감지하지 못해 등 돌린 성난 민심의 소재를 읽는 데 게을리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 방’은 없었고 선거는 패배했다. 이제 벼랑 끝이다. 대통합민주신당(민주당의 전신) 안에서는 ‘늦었지만 총선을 앞두고 털고 가자’라고 이야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뭘 털자는 얘기겠나. 바로 친노”라고 했다. 그는 “무슨 결론을 내리든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는 뜻을 겸손하게, 진심을 내비쳐야 한다. 이게 정치의 기본”이라며 “친노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스피드다. 빠른 반성과 빠른 환골탈태”라고도 했다.

[채널A 영상] ‘김용민 막말’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2007년 글에서는 ‘민심’과 ‘빠른 반성’을 강조했지만 정작 김 후보 자신이 당사자가 된 지금은 ‘나는 꼼수다’ 멤버들과 대책회의를 열어 ‘사퇴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 측은 “사퇴설은 사실무근”이라며 “오히려 진보진영의 더 많은 분이 자원봉사하겠다며 달려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속앓이만 계속하고 있다. ‘김용민 파문’이 총선의 막판 대형 악재라는 게 뻔히 눈에 보이지만 김 후보가 ‘버티기’를 계속하는 상황에서 강제로 끌어내리기가 쉽지 않은 까닭이다. 게다가 김 후보는 한명숙 대표가 “민주당이 ‘나꼼수’의 2중대냐” 같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직접 공천을 강행한 터여서 김 후보가 사퇴할 경우 한 대표의 공천 실패를 입증하는 것이 된다. 한 당직자는 “김용민 막말은 실체가 있는 것이고 민간인 사찰처럼 어렵지도 않다”며 “‘강북벨트’가 마구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고 있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쓴소리를 했다.

새누리당은 ‘김용민 파문’을 한껏 즐기는 분위기다. 한 핵심 관계자는 “김용민이 버티면 버틸수록 우리로선 호재”라며 “이대로 끝까지 가는 게 최상”이라고 했다.

이혜훈 종합상황실장은 이날 일일현안회의에서 “저질, 막말 발언의 당사자를 영입해 꽃가마를 태운 당(민주당)을 국민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며 “민주당 한 대표와 손학규 상임고문, 통합진보당 이정희 공동대표, 작가 공지영 씨는 김 후보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하라”고 압박했다. 김 후보를 전략공천한 한 대표, 김 후보 지원유세에서 “김용민은 정의의 사도”라고 치켜세운 손 상임고문, 김 후보의 막말 파문을 접하고도 “김용민을 신뢰한다”고 한 이 공동대표, 김 후보에게 “사위를 삼고 싶다”고 했던 공 씨 등을 싸잡아 비판한 것이다.

신의진 후보 등 새누리당 여성 비례대표 후보 9명은 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후보의 발언은 일반인의 상식으로 도저히 입에 담을 수 없는 수준”이라며 즉각적인 후보 사퇴를 촉구했다. 이들은 김 후보의 막말 동영상이 담긴 CD를 들어 보인 뒤 “민주당 한 대표, 손학규·문재인 상임고문, 통합진보당 이정희 공동대표, 김 후보의 후원회장인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공지영 씨 등에게 전달하겠다”며 “6일 오후 2시까지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 지지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인정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노인회는 김 후보의 ‘노인 폄하’ 발언과 관련해 성명을 내고 “시궁창보다 더 더러운 말로 노인들을 조롱한 김 후보를 즉각 사퇴시켜라”고 민주당에 촉구했다. 또 “조국 교수가 김 후보의 후원회장이란 사실을 고려할 때 이들은 일관되게 노인을 비하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서울대에 조 교수의 해임을 요구했다.

김 후보는 인터넷방송 ‘라디오21’에서 사회자 김구라가 “요즘 시청역 앞에서 오버하고 있는 노친네들이 많은데 다스릴 법이 없겠나”라고 묻자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를 모두 없애버리면 안 오지 않겠나. 알카에다 테러조직에 까놓고 ‘밥도 주고 돈도 줄테니까’라고 해서 시청광장에다 아지트를 지어주는 방법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조 교수는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트위터에 한 팔로어가 “부모님이 서울시장 선거일에 투표하지 못하도록 효도관광을 예약해 드렸다”는 취지의 글을 남기자 “진짜 효자!!!”라고 답했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은 바 있다.

통합진보당의 한 당원은 이날 당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이정희는 제발 자제하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화가 나서 대표 타이틀을 빼고 말한다”며 “같은 편이야 위로하고 감싸주고 별 일 아니라고 그냥 덮고 갈 순 있지만 지역 유권자들은 180도 다르다”고 쏘아붙였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4·11총선#김용민#민주통합당#새누리당#나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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