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가 보는 총선]<8>허구연 MBC야구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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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7일 03시 00분


국민 여러분, 오심은 안됩니다

허구연 MBC야구해설위원
허구연 MBC야구해설위원
한국시리즈 7차전 9회말 2사 만루. 7-7 동점 상황. 흥미롭고 숨 막히는 접전에 팬들은 열광한다. 이번 시리즈는 양 팀 모두 최초로 여성 감독이 지휘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여당 팀은 이미지 쇄신을 위해 팀 명칭까지 바꾸면서 신의, 원칙을 강조하는 베테랑 감독을 다시 모셔왔다. 야당 팀은 연합팀 형태로 여성 수석코치가 합류해 상대 팀과 상대 팀 전임 감독에 대한 심판론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양 팀이 막판 동점까지 온 과정에는 시원한 홈런과 적시타도 있었지만, 어이없는 실책과 사인 미스도 적지 않았다. 경기는 흥미진진했지만 내용은 기대에 못 미쳤다는 게 팬들의 생각이다. 어이없는 폭로전과 남의 사인을 훔쳐보는 비신사적 행위, 심판과 팬을 속이는 기막힌 꼼수가 이번 시리즈에도 난무했다.

총선이 며칠 남지 않았다. 한국시리즈에 비유해 봤지만, 정치판의 행태는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인 야구와는 다르다. 팬들은 축제로 느끼기보다 진실과 허위 속에서 어리둥절해하며 실망하고 혼동스러워한다. 우리 정치는 아직도 국민에게 희망과 삶의 의욕을 고취시켜 주기보다는 스트레스를 안겨주고 있다. 정치계의 언행 불일치가 오랜 관행이 되면서 국민은 이제 정치인의 공약을 거의 믿지 않는다.

예컨대 양당이 쏟아내는 복지정책은 선심성이 지나치다. 포퓰리즘에 대한 건전한 비판이 쏟아져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천문학적인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는 걱정조차 하지 않는다. 오직 표심 잡기에만 다걸기를 하고 있다. 이는 결국 정치 불신을 낳을 뿐이다.

프로야구에서도 미디어데이 행사에선 8팀 감독과 선수 모두 자기 팀이 우승할 것이라고 큰소리를 친다. 하지만 우승은 한 팀뿐이다. 팀당 133경기는 심판들의 공정한 진행 속에 정정당당한 승부로 치러진다.

정치는 심판이 너무 많다. 판정하기가 어렵다. 오심도 그만큼 많을 수밖에 없다. 복지정책만 하더라도 필자는 가장 중요한 복지는 국민의 건강복지라고 생각한다. 그 출발점은 모든 국민에게 체육활동을 생활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학교체육의 현실은 입시 위주 교육정책에 밀려 파행 운영된 지 오래다.

필자는 엉뚱한 제안을 하고 싶다. 총선이 끝나면 모든 국회의원들을 합숙시켜 다른 나라 국회의원과 종목별 국가 대항전을 해보는 게 어떨까. 스포츠를 통해 페어플레이 정신을 키우고, 심판의 명령에 깨끗이 승복하면서 희생정신을 배우게 하자는 것이다.

다시 한국시리즈 7차전으로 돌아가자. 볼카운트는 2스트라이크 3볼. 공 하나에 양 팀의 운명이 달렸다. 투수가 던진 마지막 공은 심판의 판단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이 마지막 공에 대한 판단은 국민 각자가 해야 한다. 자질이 부족하거나 자신의 이익만 챙기는 인물은 낙선시켜야 한다. 혈연, 지연에 얽매이지 않는 현명한 판단으로 심판해야 한다. 나라의 운명이 심판들의 오심으로 역진(逆進)돼선 안 된다. 모든 힘을 합쳐 전진해도 세계무대에서의 경쟁은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허구연 MBC야구해설위원
#4·11총선#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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