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20대 여성 피살사건 수사를 담당했던 경기 수원중부경찰서 소속의 한 간부는 9일 기자에게 괴로운 심경을 털어놨다. 그는 대화 내내 침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112 신고 내용을 듣는데 공포에 질리고 다급했던 A 씨의 목소리를 듣고 정말 경악했다”며 “A 씨가 처한 장면이 자꾸 생각난다. 정말 우리가 너무 큰 잘못을 했다”며 후회했다.
사건 발생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들은 A 씨와 유족에게 뒤늦게 사죄의 뜻을 밝혔다. B 경위는 “현장을 보고서 한없이 눈물을 흘렸다”며 “좀 더 미리 발견했어야 하는데…아쉬움이 너무 크다”고 안타까워했다. C 경사는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이게 다 우리 업보 아니겠느냐. 하지만 돌아가신 분에 비하면 우리 사정이야 뭐…”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지령 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었다. 강력팀 D 순경은 “요즘 납치 관련 보이싱피싱이 많은데 일단 신고가 들어오면 무조건 집에 찾아가 확인해야 한다”며 “그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강력범죄를 판단할 수 있는) 감각이 무뎌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매년 1만 건 넘게 걸려오는 112 허위신고도 경찰을 맥 빠지게 하는 원인 가운데 하나다. 그는 “예전에는 경찰서에서 지령해 줬는데 언제부턴가 경찰청에 지령센터가 생기면서 혼란이 생기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탐문수사의 어려움도 토로했다. E 순경은 “사생활 보호 같은 민감한 문제가 많다 보니 야간에 아무 집이나 들어가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털어놨다. 서울 등 다른 지역 경찰도 비슷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서울 동작경찰서 모 팀장은 “아파트 같은 곳은 사복 입고 낮에 가면 신분증을 보여줘도 안 믿는 곳이 대부분”이라며 “심지어 112에 다시 신고한 뒤 지구대에서 순찰차가 출동해야 우리가 진짜 경찰인 줄 안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경찰서 강력팀 형사는 “같이 사건현장을 뛰는 사람으로서 이번 일은 마음이 참 아프다”면서도 “현장 직원들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 초동조치를 잘못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비판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며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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