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야권 대선주자들이 총선 후 각개약진 행보에 들어가는 형국이다.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가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13일 사퇴하는 등 유동성이 커지면서 당이 대선 체제로 조기 돌입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 내홍이 길어지면 “결국 대선후보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손학규 전 대표는 총선 당일 저녁부터 사실상 대선 모드로 전환했다. 손 전 대표는 개표가 진행되던 11일 저녁 측근들과 대선캠프 구성 문제를 논의한 데 이어 12일 자신의 트위터에서 “국민은 역시 무섭다. 국민의 속마음을 찾아가야 한다. 이제 시작이다”라고 선언하며 대선 행보에 시동을 걸었다. 그는 자신의 옛 지역구(경기 성남 분당을)에 출마한 김병욱 후보가 낙선하는 등 총선 성적은 시원치 않았지만 조만간 당 안팎의 손학규계를 총동원해 대선캠프 구성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3선 고지를 밟은 김동철 신학용 의원, 불출마한 정장선 의원, 대구 수성갑에서 고배를 마신 김부겸 최고위원 등이 그를 도울 것으로 보인다.
정세균 전 대표도 ‘정치 1번지’ 종로에서의 승리를 발판으로 다시 대선주자 반열에 오르내린다. 이번 총선에서 대거 원내에 입성한 친노(친노무현)계의 지지를 기대하는 그는 내리 4선을 기록한 호남권 지지를 받는 수도권 중진이란 점을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일각에선 당내 경선 흥행을 위한 ‘페이스메이커’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도 있지만 총선을 계기로 목표치를 상향 조정했다.
2007년 대선후보였던 정동영 고문은 서울 강남을에서의 패배로 보폭이 더욱 줄어들었다. 새누리당 텃밭에서 40%에 가까운 득표율로 나름 선전했지만 대선행보의 도약대로 삼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중론. 그는 선거 후 낙선인사를 하며 트위터에 “또 한 번 걸어가봐야겠다”며 연말 대선을 향한 의지를 내비쳤다.
‘낙동강 전투’에서 사실상 패배한 문재인 상임고문은 당분간 부산에서 지역기반 다지기에 주력하며 대선행보를 준비할 듯하다. 그는 13일 “선거 결과에 아쉬움이 매우 크지만 그 가운데서도 희망을 볼 수 있다. 우리가 할 일은 그 희망을 키워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성근 최고위원 등 ‘낙동강 전투’에 참여했던 후보들과 친노계가 문 고문을 지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대안’을 자처하는 김두관 경남지사도 12일 민주당을 강력 비판한 성명을 낸 것을 시작으로 물밑 행보에 착수했다. 김 지사는 이미 대선 관련 사무실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선 이후 몸값이 다시 올라간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당분간 학교 일에 전념하며 숨고르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 관계자는 13일 “안 원장도 총선 결과와 의미를 분석하며 행보를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실상 범야권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지만 새누리당의 승리로 끝난 총선 결과를 보고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화두 삼아 다시 장고에 들어갔다는 것. 통합진보당 노회찬 대변인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야권 돌아가는 형국을 봐가며 (대선 출마를) 결정하면 대권주자의 자격이 없다”며 “안 교수가 자신이 탈 배를 정하고 배를 탈 시간도 정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안 원장 주변에선 정국 분석, 홍보 등 정치활동에 필요한 참모조직 구성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진 정치행보와 관련해 강인철 변호사, ‘시골 의사’ 박경철 씨 등 측근과 안랩(옛 안철수연구소)의 일부 실무진이 안 원장을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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