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장거리로켓 발사 실패]1단 엔진 결함 → 출력 과부하 → 연료누출 폭발 가능성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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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14일 03시 00분


北 최악의 실패 이유

광명성 3호 인공위성을 실은 북한 로켓 ‘은하 3호’가 발사 2분여 만에 공중 폭발함으로써 실패 원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군 당국은 현재까지 파악된 정보로 볼 때 로켓의 1단 추진체에 결함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민간 항공우주 전문가들도 1단 추진체 문제로 공중에서 폭발했을 확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1단 엔진의 문제가 아니라 1단과 2단이 서로 분리가 되지 않아 폭발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로켓이 정상궤도를 벗어나자 ‘자동폭발’했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됐지만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 1단 엔진 결함 가능성 커

전문가들은 발사 직후에 폭발했다는 점에서 ‘1단 로켓 추진엔진’의 결함 확률을 가장 높게 보고 있다. 조광래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나로호발사추진단장은 “발사한 지 2분여 만에 공중 폭발한 것은 1단 추진체가 분리되기 전에 이미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라며 “엔진 내부에서 리크(연료누출)가 생겼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내부 연료 배관이 압력을 못 견뎌 공중 폭발로 이어졌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연료누출이 생긴 것은 로켓의 꼭대기에 탑재된 100kg의 ‘광명성 3호’를 우주궤도에 올리기 위해 1단 추진체의 추진력을 과도하게 높였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북한은 이번에 발사하는 장거리로켓으로 광명성 3호를 고도 500km의 인공위성궤도인 ‘태양동기궤도(원궤도)’에 진입시킬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 궤도는 2009년 4월 쏴 올린 장거리 로켓에 탑재된 광명성 2호의 진입 궤도보다 200km 이상 높아 북한은 추진력을 한층 높인 추진체를 제작했을 것으로 보인다. 추진체의 출력을 높일수록 엔진 내부의 배관이나 밸브에 가해지는 압력도 급격히 높아진다. 발사 이후 그 압력을 못 견뎌 연료나 내부 충전물이 밖으로 새면서 공중 폭발로 이어졌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한정식 국방과학연구소(ADD) 연구원은 “연료 밸브 하나 때문에 로켓 전체가 폭발할 수도 있다”며 “ADD도 조사단을 꾸려 관련 내용을 점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1단과 2단 분리 실패가 원인일 수도

1단 엔진의 결함 때문이 아니라 1단과 2단 로켓의 분리 실패로 폭발했을 가능성도 나왔다. 한국형액체로켓(KSR-Ⅲ) 개발을 추진했던 채연석 항우연 연구위원(전 원장)은 “로켓의 고도가 151km까지 올라갔다는 점으로 보아 1단 로켓은 충분한 힘을 발휘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단 로켓을 고도에 따라 점화하도록 설계했다면, 1단과 2단 로켓이 미처 분리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불길이 치솟아 폭발하게 된다”면서 “그럴 경우 1, 2단 로켓이 모두 파괴돼 관성에 의해 수십 개 파편으로 나뉘어 튀어 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발사 직후 추진체 이상으로 로켓이 정상궤도를 벗어나자 ‘자동폭발’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러시아의 한 전문가는 이날 이타르통신에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1단 로켓 엔진이 애초 예정된 2분이 아닌 약 1분만 가동됐으며 뒤이어 폭발이 일어났다”며 “조정 시스템 작동 이상으로 그 같은 상황이 발생했을 확률이 크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군 소식통은 “로켓의 잔해가 평택과 군산의 서쪽 100∼150km 해상에 떨어진 점으로 볼 때 로켓이 예정궤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며 “현재까지 자폭으로 볼 구체적인 정황이 없다”고 말했다.

대전=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윤상호 군사전문 기자 ysh1005@donga.com  
#北로켓#실패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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