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당국은 13일 서해에 해군 구난함인 청해진함 등을 투입해 공중 폭발한 북한 장거리로켓의 잔해 수거작업에 착수했다. 로켓의 잔해를 분석하면 발사 실패 원인은 물론이고 북한의 우주항공기술 수준 등을 분석할 수 있다.
잔해는 사고 원인을 분석하는 데 결정적인 단서다. 2010년 나로호의 발사 실패 때도 한국-러시아 공동조사단이 로켓의 잔해를 수거해 조사했다. 당시엔 사고 원인을 직접 밝혀내지 못하고 참고자료를 얻는 데 그쳤지만 해외에서는 잔해 분석으로 사고 원인을 밝혀낸 사례가 많다. 한정식 국방과학연구소(ADD) 연구원은 “사소한 것도 분석하면 예상과 다른 해답이 나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제품으로 설계도를 유추하는 공학기술인 ‘리버스 엔지니어링’을 이용해 발사체 등 북한의 총체적인 항공우주기술 수준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조광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나로호발사추진단장은 “추진체, 엔진 등을 확보하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며 “특히 엔진은 설계기술과 연료공급장치 형태 등을 분석하는 데 중요하다”고 말했다.
청해진함에 실린 심해잠수구조정(DSRV)은 수심 450m까지 수색이 가능해 바닥에 가라앉은 잔해를 수거할 수 있다. 서해는 평균 수심이 70∼100m로 부피가 큰 잔해물은 충분히 건져낼 수 있지만 조류가 세면 수거작업이 어려워진다. 해군특수부대인 해난구조대(SSU) 소속 심해 잠수사도 잔해 수거작업에 참여한다. 심해 잠수사들은 남해안에 침투한 북한 반잠수정이 수심 150m 바다에 가라앉았을 때도 이를 건져올린 경험이 있다.
해군은 청해진함과 함께 지뢰탐지함인 소해함 4척을 현장에 파견했다. 소해함에는 수중의 금속물을 탐지하는 ‘사이드 스캔 소나’가 달려 있다. 음파탐지기를 갖춘 초계함 등 함정 10여 척도 바닷속의 금속물질을 탐지하고 있다. 천안함 폭침사건 때 동원된 쌍끌이 어선이 투입될 수도 있다. 쌍끌이 어선은 해저를 훑기 때문에 마지막에 검토되는 방법이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대전=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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