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장거리로켓 발사 실패]韓-美 발사 즉시 포착, 실시간 추적… 日 우왕좌왕 57분뒤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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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14일 03시 00분


차이 컸던 한미 vs 일 대응

한국과 미국은 13일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를 거의 실시간으로 포착해 ‘초 단위’로 비행 궤적을 추적하며 감시 작전을 벌였다. 13일 오전 7시 38분 55초 동창리 기지에서 쏴 올린 로켓의 화염을 가장 먼저 포착한 것은 미국의 적외선 조기경보위성(DSP)이었다. 이 위성의 적외선 센서가 로켓 추진체에서 뿜어 나오는 화염과 버섯구름을 관측한 뒤 발사 사실을 한미 군 당국에 위성 통신망으로 통보했다.

같은 시각 수백 km 고도에서 지름 15cm 크기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미국의 첩보위성도 동창리 기지의 로켓 발사 순간을 파악했다. 이어 로켓이 고도 10km 이상으로 치솟자 서해 상공을 비행하던 주일미군의 RC-135S 코브라 볼 정찰기가 정밀 레이더와 광학측정장비로 로켓 궤도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54초 뒤인 오전 7시 39분 49초엔 서해상에 대기하던 해군 세종대왕함의 SPY-1D(V) 이지스 레이더의 화면에 점차 고도를 높이는 북한 로켓이 포착됐다. 이 레이더는 최대 1000km 밖에서 발사된 로켓과 항공기의 비행 궤도를 정확히 탐지할 수 있다. 세종대왕함은 2009년 4월 북 장거리 로켓 발사 때도 일본의 이지스함보다 먼저 비행 궤적을 족집게처럼 파악해 진가를 발휘한 바 있다. 이번에도 세종대왕함은 로켓의 비행궤도와 속도를 시시각각 추적하는 한편으로 로켓의 추진체가 비행 도중 두세 차례의 공중폭발을 일으킨 뒤 20여 조각으로 분리돼 잔해들이 바다에 추락하는 순간까지 정확하게 파악했다.

실제로 국방부는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에 “북한 로켓이 발사 직후 상승하다 공중 폭발로 백령도 상공에서 해상으로 추락하기까지 9분여간의 비행 상황을 초 단위까지 파악했고, 로켓 잔해의 추락지점도 평택과 군산 앞바다로 파악했다”고 보고했다.

일본에서도 오전 8시경부터 NHK와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은 한국 언론을 인용해 북한의 로켓 발사 소식을 긴급 타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본 방위성은 “북한이 로켓을 발사했다는 한국 정부의 발표가 있지만 우리는 확인된 정보가 없다”며 반신반의하는 태도로 일관했다. 8시 23분에는 방위성 간부가 “발사된 미사일은 북한이 예고한 장거리탄도미사일이 아니라 별도의 단거리 미사일일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로켓 발사를 확인한 것은 발사 약 57분 뒤인 8시 36분 무렵 후지무라 오사무(藤村修) 관방장관의 기자회견. 하지만 후지무라 관방장관은 “북한에서 어떤 비행체가 발사됐다는 정보가 입수됐으며 1분 이상 비행하다 해상에 추락했다”고 밝혔고, 낮 12시경에야 “비행체는 북한이 인공위성이라고 칭하는 미사일이었다”고 발표했다.

이번에 미국 조기경보위성의 정보가 한국과 일본에 동시에 전달됐음에도 일본 해상자위대의 이지스함이 로켓의 항적을 충분히 포착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후지무라 관방장관은 “미국 조기경보위성 정보가 잘못됐을 수 있어 레이더 등 다른 정보 수단을 동원해 이중 체크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일본 정부는 당초 북한이 로켓을 발사하면 ‘J-경보(전국즉시경보시스템)’를 통해 전국에 발사소식을 전하고 주민을 대피시키려는 계획을 짜놓았다. 일본 정부는 이를 위해 예행연습을 2차례나 실시했지만 J-경보는 끝내 울리지 않았다. 로켓 파편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어 긴장이 고조됐던 오키나와 현 미야코지마(宮古島) 시는 TV에서는 로켓 발사 보도가 나오는데 정작 J-경보는 울리지 않았다. 이처럼 우왕좌왕하는 대응을 놓고 일본 내에서는 “한미일의 정보 수집력 격차를 보여준 40분이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윤상호 군사전문 기자 ysh1005@donga.com  
#北로켓#한-미-일대응#정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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