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장거리로켓 발사 실패]北 ‘위성 실패’ 강조… 국제사회 제재 피하기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14일 03시 00분


■ 광명성 1, 2호때와 달리 4시간만에 ‘실패’ 시인 속내는

북한이 ‘광명성 3호 위성’ 발사 실패를 4시간 20분 만에 조선중앙TV를 통해 주민들에게 신속히 공개한 것은 과거의 행태에 비추어볼 때 매우 이례적이다. 북한은 1998년과 2009년 발사했던 광명성 1호와 2호가 궤도 진입에 실패했을 때는 “위성의 궤도 진입이 성공했다”고 강변해 왔다. 하지만 이번엔 그러지 않았다. 왜일까.

우선 외신 기자와 전문가들을 초청해 놓고 성공했다고 주장해 국제사회의 웃음거리가 되는 것보다는 차라리 솔직히 실패를 시인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두 번째 이유는 북한이 과거와 달리 이제는 내부 정보 통제가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수 있다. 수많은 주민이 라디오를 통해 몰래 한국 방송을 전해 듣고 있는 데다 지난해 중국 공식 방문자가 15만 명이나 되는 등 외국과의 교류도 활발하다. 로켓 발사 실패 소식은 하루 이틀이면 북한 전역에 입소문으로 퍼질 수 있는 사안이다. 과거처럼 억지를 부려 정부의 신뢰를 잃기보단 차라리 솔직히 인정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김정은 체제가 과거와 다르다는 이미지를 심는 것이 득이 된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장거리로켓이 아니라) 위성의 궤도 진입이 성공하지 못했다”고 재빨리 규정하고 사태를 수습한다면 국제사회의 추가 제재와 압력을 피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북한은 앞으로 우주 강국들도 처음엔 무수히 실패했다는 주장을 거듭 펼치면서 김정은의 리더십이 입을 타격을 최소화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아침 일찍 몰래 발사한 점 등을 들어 일각에서는 이번 발사가 사실상 의도된 실패가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자신들의 우방인 중국의 후진타오(胡錦濤) 주석까지 “북한은 미사일에 앞서 민생부터 챙기라”며 분노를 표시하는 등 예상보다 강한 반발에 부닥친 북한이 당황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미 주민들에게 발사계획을 천명했던 터라 후폭풍을 최소화하려고 어정쩡한 발사 카드를 선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인 것.

결과적으로 광명성 3호 발사 실패 소식은 북한 내부 민심에 적잖은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과거 광명성 1호와 2호 발사가 성공했다는 북한 당국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던 북한 주민들은 내심 ‘배급도 못줘 주민들이 굶어죽는데 인공위성 개발이 무슨 말이냐’는 불만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北로켓#실패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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