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로켓 어제 오전 7시39분 발사, 2분15초뒤 공중폭발…
金, 만회 위해 핵실험 서두를 듯… 잔해 평택-군산 앞바다 추락… 해군 수색작업
北, 발사 4시간뒤 “궤도진입 실패” 이례적 시인
북한이 13일 장거리로켓을 발사했지만 2분여 만에 공중에서 폭발했다. 북한도 이례적으로 위성의 궤도 진입에 실패했다고 시인했다. 김정은의 3대 세습 구축을 기념하기 위해 쏴 올린 로켓 발사가 실패하면서 이를 만회하기 위해 북한이 3차 핵실험 등 추가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북한은 이날 오전 7시 39분경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기지에서 장거리로켓을 발사했으나 로켓은 2분 정도 비행하다 공중 폭발로 추진체가 여러 조각으로 분리돼 해상에 추락했다고 국방부가 밝혔다. 신원식 국방부 정책기획관(육군 소장)은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로켓)은 최고 고도인 백령도 상공 151km까지 올라간 뒤 낙하하면서 20여 조각으로 분리돼 평택과 군산 서쪽 100∼150km 해상에 광범위하게 떨어졌다”며 “우리 측 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는 “미사일은 최고 고도에 도달하기 전 폭발이 시작됐고, 낙하하면서 추가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군 소식통은 “로켓 발사 직후 1단 추진체가 상승하면서 폭발을 일으킨 뒤 최고 고도를 지나 하강하면서 추가 폭발로 1차 추진체는 17조각, 2·3단 추진체는 3조각으로 분리된 것으로 보인다”며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나머지 잔해까지 고려하면 로켓은 모두 20여 조각으로 분해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 “첫 폭발뒤 151km상공서 추락… 2차폭발에 20여개로 쪼개져” ▼ 로켓 1단 추진체 17조각, 2-3단 3조각으로 분리 500km 거리 날아가… 2006년 대포동 2호와 비슷
군 당국은 로켓이 발사된 뒤 2분 15초 만에 공중 폭발한 점으로 볼 때 1단 추진체도 분리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북한 로켓은 발사 직후 폭발로 산산조각 난 상태에서 발사기지에서 약 500km 떨어진 서해에 추락한 것이다. 북한이
2006년 7월 함경북도 무수단리 기지에서 쏴 올린 대포동 2호도 42초 만에 추진체에 문제가 생겨 약 499km 떨어진 동해에
추락했었다. 로켓 잔해가 추락한 해상에는 한국과 미국, 중국 해군 함정들이 출동해 잔해 수색 및 수거작전을 벌이고 있다고 군
관계자는 전했다.
북한도 발사 4시간여 뒤 로켓 발사 실패를 인정했다. 조선중앙통신은 낮 12시 3분경
‘지구관측위성 광명성 3호가 궤도 진입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조선(북한)에서의 첫 실용위성 광명성 3호 발사가
오전 7시 38분 55초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진행됐다”며 “지구관측위성의 궤도 진입은 성공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과학자, 기술자, 전문가들이 현재 실패의 원인을 규명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선중앙TV도 낮 12시 11분경
주체사상세계대회를 녹화 방영하던 중 긴급보도 형식으로 이 소식을 전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3년
만에 강행한 로켓 발사가 실패하면서 내부 결속을 위해 3차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로켓 발사
실패가 11일 노동당 대표자회와 13일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김정은을 축제 분위기 속에서 ‘최고지도자’로 추대하려던 계획에
‘찬물’을 끼얹는 형국이 돼 버렸기 때문이다.
군 정보 소식통은 “김정은 후계체제 구축과 강성대국 완성의 ‘축포’로
쏜 로켓이 공중에서 산산조각 나면서 북한 지도부는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며 “이번 사태의 책임을 둘러싸고 벌어질 내부 균열을
무마하기 위해 ‘핵실험 카드’ 등 추가 도발을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도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북한의 3차 핵실험) 가능성이 있다. 단기간에 한다고는 얘기할 수 없지만 북한이 오랫동안 다음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미 두 차례 핵실험이 실시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일대에 최근 새 갱도가
굴착되고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상업위성 ‘퀵버드’가 최근 촬영한 사진에서도 풍계리에서 과거 핵실험에
사용된 동쪽과 서쪽 갱도 외에 남쪽에 새 갱도가 굴착되고 있고 갱도 입구에 쌓인 토사 더미도 식별됐다. 북한은 과거에도 핵실험
준비작업의 최종 단계로 갱도에 핵폭탄과 각종 관측장비를 넣은 뒤 이를 토사로 다시 메우는 작업을 했다.
반면 북한이
핵실험과 같은 추가 도발보다는 미국과의 관계 개선 등 대외관계 회복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김정은 3대 세습을
뒷받침할 미국의 식량제공 등 경제지원이 절실한 형편에서 3차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위성 발사는 평화적 목적’이라는 자신들의
주장을 뒤집는 형국이 되기 때문이다. 북한이 로켓 발사 실패를 공식 시인한 것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봉조 전 통일부 차관은 “로켓의 재발사 준비에는 1년이 걸리고, 핵실험용 핵물질도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중국을 활용해 제재 국면을 넘긴 뒤 식량지원을 챙기면서 연말 한국과 미국의 대선 때까지 시간 벌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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