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파이시티 금품수수 파문]브로커 이동율, 최시중의 양아들 모임 ‘구봉회’ 좌장 역할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와 관련해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에게 로비 자금을 전달한 혐의를 받는 EA디자인 이동율 사장(61)은 평소 최 전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구봉회(九峯會)’ 모임 회원으로 드러났다.

구봉회는 ‘9개의 봉우리처럼 사회적으로 잘돼서 뻗어나가라’는 의미로 최 전 위원장이 한국갤럽조사연구소 회장이던 1998년 평소 친하게 지내온 후배 8명을 모아 만든 모임이다. 이후 회원이 2명 늘어 현재는 11명이다. 최 전 위원장은 경북 포항이 고향이지만 멤버들은 출신지가 다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봉회 멤버엔 최 전 위원장과 이 사장 외에 파이시티와 관련해 의혹이 일고 있는 정용욱 방송통신위원회 전 정책보좌역도 포함돼 있다. 특히 정 전 보좌역은 2007년 대통령 선거를 전후해 파이시티 사업 투자자를 모집했다는 얘기도 있어 사실이라면 구봉회 회원 9명 중 3명이 이번 사건에 연루된 셈이다. 정 전 보좌역은 모임을 주선하는 연락책 역할을 자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해 EBS 인사 청탁 비리 의혹이 불거지자 돌연 출국해 귀국하지 않고 있다.

이 3명 외에 J 교수, W 대학총장, H 중견기업 부회장, L 중견기업 대표이사, H 중견기업 사장, H 고교 이사장, C 박사 등이 구봉회 멤버다.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52)에게서 ‘파이시티 인허가 문제를 알아봐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최근 밝힌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조정실장이 구봉회 소속이라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회원들은 모두 “처음 듣는 이름”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25일 구봉회 멤버들에 따르면 이들은 이달 12일 경기 성남시 분당에서 골프를 친 뒤 서울 강남에서 모였다. 이동율 사장은 이 자리에서 자신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우리는 형제처럼 지내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서로 도와야 한다. 최 위원장을 어렵게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 참석자가 25일 전했다. 당시 최 위원장은 모임에 참석하지 않았다. 한 멤버는 “이분이 갑자기 무슨 의미로 이런 말을 하나 했는데 나중에 신문을 보고서야 파이시티 비리 사건을 알게 됐다”며 “이 사장이 검찰에 구속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고 말했다.

회원들에 따르면 이들은 매달 한 번씩 모여 골프를 치고 저녁 식사를 했다. 해외여행을 함께 다녀오기도 했다. 식사는 연초에 추렴한 150만 원씩의 연회비로 충당했다. 골프 비용은 각자 부담했다. 하지만 최 전 위원장은 2007년 대선 때 본격적으로 정치에 뛰어들면서 골프를 끊었다. 이후 골프 모임은 최 위원장을 제외한 나머지 멤버만 하고 당일 저녁 식사 자리에만 최 전 위원장이 오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현재 회장은 W 대학총장이 맡고 있지만 실질적인 좌장 역할은 가장 연장자인 이동율 사장이 하고 있다. 나이가 많은 이 사장과 중견기업 사장인 H 씨만 최 전 위원장을 ‘회장님’이라고 부른다. 나머지 멤버는 ‘아버님’이라고 부른다. 20∼30년씩 나이 차이가 나는 데다 최 전 위원장의 아들과 이들의 나이가 비슷해 그렇게 부르고 있다는 것. 구봉회가 최 전 위원장의 ‘양아들 모임’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회원인 고교 이사장 H 씨는 “최 전 위원장이 서로 가족처럼 지내면서 정을 나누자는 취지로 모임을 만들었다”며 “나 역시 최 전 위원장의 자녀들을 친동생처럼 여기며 지내왔다”고 했다.

그는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 의혹과 관련해서는 명백하게 선을 그었다. “대학교수 의사 기업인이 섞여 있기 때문에 모임 자리에서 서로 사업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며 “특히 최 전 위원장과 관련해 괜한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는 부담감 때문에 각자의 사업이나 일 이야기는 일절 하지 않았다. 파이시티 관련 이야기는 언론 보도를 보고 처음 알게 됐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회원인 중견기업 사장 H 씨는 “양아들을 자처해온 정 전 보좌역 때문에 잘못 알려진 것 같은데 구봉회 전체가 수상한 조직으로 비쳐 억울하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  
#최시중#파이시티 금품수수#구봉회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