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만원 세대여! 갈곳없다 불평마라… 직업훈련 받아라 돈은 국가가 대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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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미래 학벌 돈 빽 외모 여친없는 ‘잉여 7관왕’서
2년 만에 ‘자격증 5관왕’ 되고 취업성공 24세 김성준씨

김성준 씨가 26일 대전 대덕구 송촌동 DB정보통신 충청사업단 사업소 사무실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김성준 씨가 26일 대전 대덕구 송촌동 DB정보통신 충청사업단 사업소 사무실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내가 수기를 쓰게 된 동기는 취업이 어려워 88만 원 세대가 되어버린 요즘 우리 젊은이들에게 생각만 바꾸면 또 다른 길도 있음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지난해 9월, 대한상공회의소 인력개발원의 성공사례 수기 공모에 참여한 김성준 씨(24)는 첫 문장을 이렇게 시작했다.

“고교 친구들 중에 아직도 노는 애들이 있어요. 여러 번 ‘인력개발원에 가라’고 해도 안 듣더라고요. 등록금은커녕 교재비나 실습비 한 푼 들이지 않고 자격증과 학위를 취득할 수 있고, 매달 교육훈련 수당까지 주는데….”

26일 대전 대덕구 송촌동 DB정보통신(옛 고속도로정보통신공단) 충청사업단 사업소 사무실에서 만난 김 씨는 수기를 쓴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수기를 쓸 당시 그는 인천인력개발원 내장형 하드웨어학과 학생이었다. 그로부터 두 달 뒤, 연 매출액 1200억 원의 견실한 정보기술(IT) 업체인 DB정보통신에 취직했다. 지금은 낮에는 고속도로 IT시스템의 광통신 장비를 관리하고, 밤에는 인근 국립대인 한밭대에서 전자공학 3학년 과정을 밟고 있다.

그는 대구의 한 4년제 대학 IT 관련 학과에 진학했을 때만 해도 자신이 ‘잉여 7관왕’이었다고 돌이켰다. ‘잉여’는 젊은 무직자들이 자신들을 ‘잉여인간’이라며 비하하는 데서 나온 인터넷 용어다. 스스로를 문제아에 꼴찌라고 여겼다. “꿈, 미래, 학벌, 돈, ‘빽’, 외모, 여자친구…. 대체 내가 갖고 있거나 지금껏 살아오면서 이룬 게 뭐가 있나 싶었어요.”

주변 친구들도 비슷해 보였다. 한 학기 등록금을 480만 원이나 내는 학생들이 강의에 제대로 들어오지도 않았고, 그나마 출석해서도 대개 잠을 잤다.

군대에 갔다. 제대하던 날 어머니는 “가정 형편이 넉넉지 않은데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고 그는 “대학은 그만 다니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어머니의 권유로 인력개발원을 찾아갔다. 대학과 달랐다. 기숙사비까지 국비로 지원이 됐고, 연간 평균 수업시간이 일반 전문대의 2배였다. 교수들은 국가기술자격시험 한두 달 전부터 오후 10시까지 개인지도를 해줄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매년 2000여 명이 입학하는데 취업률은 99%에 가까웠다. 무엇보다 김 씨의 눈에는 부족해 보이는 게 없는 동료들이 미래를 준비하며 공부하는 모습이 큰 충격이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그 역시 하루에 4, 5시간만 자면서 공부에 매달렸다. 잉여 7관왕이던 그는 2년 만에 기사자격증 2개, 전공관련 자격증 3개를 취득한 ‘자격증 5관왕’이 돼 올해 2월 졸업했다.

김 씨는 이제 공부만 계속하면 교수도, 회사 오너도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한다. 그는 “인력개발원에서 얻은 가장 큰 성과는 ‘노력하면 안 되는 게 없다’는 사실을 피부로 깨쳤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이런 문장으로 수기를 마무리했다. ‘당신이 땅속에 묻혀 있는 원석이다. 인력개발원이라는 좋은 보석 공장에서 아름다운 보석으로 거듭나 그 빛을 찬란하게 발하길 바란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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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개발원#김성준#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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