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머 전기톱 최루탄으로 얼룩졌던 18대 국회가 2일 마지막 본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을 처리함에 따라 앞으로 고질적인 국회 몸싸움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소수당이 마음먹고 반대할 경우 쟁점 법안 처리는 더욱 힘들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쟁점법안 처리 기준이 과반(151석)에서 5분의 3(180석)으로 늘면서 새누리당의 19대 국회 의석(150석)만으로는 법안 처리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민주통합당 등 야당과의 협상에 매달릴 수밖에 없게 됐다.
실제 개정안에는 소수 야당이 여당의 단독 처리를 저지할 수 있는 장치가 여럿 마련돼 있다. 우선 여당의 단독 처리가 원천적으로 차단됐다. 다수당의 다선 의원이 관례적으로 맡는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이 △천재지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 △국회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합의한 경우 등 3가지로 엄격하게 제한된 것. 그만큼 물리적 충돌 가능성이 줄어든 셈이다.
게다가 야당은 재적의원 3분의 1(100석) 이상의 요구를 충족하면 본회의에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인 필리버스터를 할 수 있다. 반면 종료 요구는 5분의 3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새누리당 단독으로는 저지할 방법이 없다. 다만 회기가 종료되면 필리버스터가 자동 종결되고 다음 회기에는 지체 없이 표결이 가능해 소수당의 무한정 지연은 막도록 했다.
다만 여야는 소수당의 물리력 저지를 막기 위한 방안도 마련했다. 매년 여야 극한대치를 불러온 예산안을 헌법상 의결기한(12월 2일)의 48시간 전까지 심사가 완료되지 않으면 본회의에 자동으로 회부하도록 했다. 이에 대한 필리버스터도 12월 1일까지만 가능하도록 제한했다.
아울러 쟁점 법안에 대한 신속처리제(패스트트랙)를 신설했다. 재적의원 또는 소관 상임위원 과반수가 지정을 요구한 뒤 각각 5분의 3 이상이 찬성하면 일정 기간 경과 후 상임위와 법제사법위 본회의에 자동 회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법사위에서도 120일 이내에 심사가 완료되지 않으면 해당 상임위원 5분의 3 이상으로 국회의장에게 본회의 회부를 요구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이 같은 개정안을 놓고 본회의장에서 여야 의원 8명이 찬반토론에 나서면서 공방이 벌어졌다. 새누리당 김영선 의원은 “본회의나 상임위에서 의원의 3분의 1이 반대하면 법안 자체가 다뤄지지 않게 된다”고 반대했고, 같은 당 심재철 의원도 “5분의 3 규정은 다수결의 원칙과 맞지 않다. 개정안은 소수파의 발목잡기를 제도적으로 보장해 식물국회를 만들어내는 법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예컨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쟁점 법안 처리가 불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민주통합당 김성곤 의원은 “필리버스터는 회기 종료 후 자동 종료되며, 신속처리 대상 안건은 국가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찬반 갈등이 심한 사안들로 이런 법안에 대해 의결정족수를 5분의 3으로 하자는 취지”라고 반박했다.
이날 여당 의총에서도 개정안 처리를 놓고 찬반양론이 팽팽하게 갈리면서 본회의 처리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이에 국회법 개정안을 주도한 황우여 원내대표는 의원 설득작업에 들어갔고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도 최근 “18대 국회가 끝나기 전에 다시 한 번 국회 본회의를 소집해 국회선진화법안을 꼭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본회의 통과가 성사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여전히 이번 개정안이 국회 폭력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장석과 위원장석 점거를 금지하는 규정을 신설했지만 처벌 조항이 3개월 출석 정지나 수당 삭감 정도로 미약하다는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몸싸움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으며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으로 오히려 교착상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각 정당이 강제 당론을 없애는 등의 정당구조 변화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말했다. 표결이 끝난 뒤 정의화 국회의장 직무대행도 “개정안이 과연 충분한 시간을 갖고 심도 깊은 논의와 검토를 거쳤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회의적”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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