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당원들 비례대표 부정선거 파문에 휩싸인 통합진보당 당원과 운영위원들이 4일 전국운영위원회가 열린 국회도서관 회의실 앞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회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통합진보당은 4일 비례대표 부정선거 파문을 둘러싸고 창당 5개월 만에 당권파와 비당권파 간 분당(分黨)을 각오한 사생결단식 권력투쟁에 들어갔다. 당권파는 핵심인 이석기 비례대표 2번 당선자를 지키기 위한 전면 투쟁에 들어갔고, 비당권파는 윤금순 비례대표 1번 당선자의 전격사퇴 카드로 당권파를 압박했다.
윤 당선자는 이날 오전 비례대표 당선자직 사퇴를 전격 선언하며 당권파를 몰아붙였다. 19대 국회 당선자 300명 중 첫 사퇴다. 그는 “선거를 같이 치렀으면 책임도 같이 져야 한다”며 비례대표 경선에 참여했던 후보들의 총사퇴를 압박했다.
5일 새벽까지 이틀째 이어진 전국운영위에선 비당권파인 이영희(8번) 나순자(11번) 윤난실(13번) 비례대표 후보가 잇따라 사퇴 의사를 밝히며 당권파인 이석기(2번) 김재연(3번) 당선자의 사퇴를 밀어붙였다. 그러나 이, 김 당선자는 끝내 거취를 밝히지 않았다.
비당권파는 △대표단 총사퇴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경선으로 순위가 결정된 비례대표 후보(14명) 총사퇴를 운영위 안건으로 기습 발의한 후 5일 새벽까지 표결을 위해 밀어붙였으나 당권파는 끝까지 저항했다. 당권파 이정희 공동대표는 당 진상조사위 결과를 “불신에 기초한 의혹만 내세울 뿐”이라고 비난했다. 공동대표단 총사퇴 요구도 거부했다. 우위영 당 대변인은 비당권파의 표결 요구를 “초헌법적 쿠데타”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당권파는 오히려 ‘3개 안건 폐기안’을 표결에 부치는 역공에 나섰으나 부결되자 정회를 거듭하며 회의를 지연시키기도 했다.
비당권파인 유시민 공동대표는 “비례대표 경선이 민주주의 일반 원칙과 상식에 어긋났다”며 “이런 선거를 본 적이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심상정 공동대표는 “이 당을 고쳐 쓸 건지, 폐기할 건지 고뇌하고 있다”며 당권파에 대한 절망감을 드러냈다.
비당권파는 당권파가 끝내 사퇴를 거부하면 비례대표 4∼6번 당선자 중 비당권파인 박원석 전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6번)의 ‘조건부 사퇴’ 카드로 압박 강도를 높이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그는 경선이 아닌 전략공천으로 비례 순번을 받았지만 모든 당선자가 공동 책임을 지자는 명분으로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당권파가 영입했지만 계파색이 엷은 4, 5번 당선자도 ‘당권파 비판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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