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전파교란에 어선 월북할 뻔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5일 03시 00분


연평도 해역서 GPS 먹통… 항로 잃었다 해군 경고로 회항인천-평택 선박 122척 피해

2일 오전 꽃게잡이 배를 수리하기 위해 인천 옹진군 연평도를 출발해 인천항으로 향하던 소형 어선 진흥3호 김환희 선장(45)은 기겁을 했다. 해군이 위치확인 요청을 하면서 “자칫 북방 어로한계선을 넘을 수 있다”고 경고했기 때문이다. 김 선장은 배에 장착된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사실을 뒤늦게 발견하고 급히 항로를 수정했다. 그는 “배에 설치된 GPS가 갑자기 작동을 멈춘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GPS 전파 교란 공격으로 민간항공기뿐만 아니라 어선, 여객선, 화물선 등 선박도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해양경찰서는 “지난달 28일부터 이날 현재까지 인천항과 평택항 일대에서 122건의 GPS 전파 교란 신고가 들어왔다”고 4일 밝혔다. 교란 전파는 북한 개성 인근에서 날아와 주로 인천국제공항과 가까운 인천항 일대에서 피해가 집중된 것으로 파악됐다.

주요 피해권역은 인천항∼인천대교 사이 반경 8km 이내다. 이 지역에서만 101건이 신고 됐다. 그 다음으로는 만도리 어장 등 강화도 지역 8건, 덕적도와 평택항 주변 등 8건, 연평도 주변 3건 등이었다.

해경은 이런 피해가 계속 나타나자 경비함 상선 여객선 어선 등 각 선박을 대상으로 2시간에 1번꼴로 보내는 해상교통 문자방송(나브텍스)을 통해 ‘인천항 주변을 항해할 때 GPS 오작동에 대비하라’고 안내하고 있다. 한편 국토해양부가 2일 GPS 전파 교란으로 인한 피해 상황을 발표하면서 항공기 300대 외 선박 피해 사실을 누락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어선 피해를 별도로 집계하는 농림수산식품부와 손발이 맞지 않으면서 전파 교란 피해 정도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인천=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北 GPS 전파교란#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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