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4곳의 퇴출을 결정하기 위해 5일부터 1박 2일간 열린 경영평가위원회(경평위)는 한 편의 첩보영화를 찍는 것처럼 취재진들과 쫓고 쫓기는 상황 속에 진행됐다. 경평위원들은 법조인, 회계사, 경영학 교수 등 민간전문가 10명 안팎으로 구성되며 영업정지 대상 저축은행을 결정해 금융위원회에 통보하는 역할을 한다.
5일 오전 8시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는 퇴출 후보에 오른 저축은행 대주주들이 하나둘씩 모였다. 이들은 4일 밤 금융당국으로부터 이곳에 나와 경평위에 참석하라는 통보를 받은 상태였다. 연수원 주변에는 경찰까지 배치돼 삼엄한 경계를 펼쳤고 외부인들의 출입은 엄격히 통제됐다.
그러나 경평위가 열리는 곳은 제3의 장소였다. 이들은 금융위 관계자들과 잠깐 인사만 나눈 뒤 곧바로 소형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는 약 1시간 동안 서울 시내 곳곳을 배회하다 외곽으로 빠져나와 오전 9시 반경 경기 하남시 망월동 산업은행 연수원에 도착했다. 금감원 연수원은 단순한 접선 장소였고 산은 연수원이 실제 경평위 개최 장소였던 셈이다.
산은 연수원도 정문을 굳게 걸어 잠근 채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했다. 연수원은 울창한 나무들로 둘러싸여 있어 내부 사진 촬영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였다. 후문도 없었고 담장은 3m 정도로 높아 보안을 유지하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2차 저축은행 구조조정 때 경기 용인시 기흥구 기업은행 연수원에서 경평위를 열었다가 언론에 노출돼 곤혹스러웠던 기억이 있어 이번엔 철저히 준비했다”고 말했다.
한편 경평위는 이날 대주주들에게 마지막으로 소명 기회를 줬지만 시간을 오래 끌지는 않았다. 1명당 30여 분 설명을 하도록 한 뒤 몇 가지 질문만 하고 바로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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