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의 극심한 내홍은 2008년 민주노동당의 분당 과정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당권파인 NL(민족해방)계가 종북주의와 패권주의를 고집하면서 오랜 당내 갈등을 일으켰고 결국 비당권파인 PD(민중민주)계는 탈당한 뒤 진보신당을 차렸다.
사건의 도화선은 2007년 12월의 대선 참패였다. 권영길 후보는 3%(71만여 표)의 지지에 그쳤다. 2004년 총선에서 민노당이 277만 표(13%)를 얻었던 것과 비교하면 사실상 몰락이나 다름없었다. PD계는 그 원인을 종북주의와 패권주의에서 찾았다. 민노당의 ‘친북’ 이미지가 굳어지면서 당 지지도가 하락했다는 것이다. PD계의 압박으로 민노당은 PD계 인사가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당 쇄신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국가보안법 위반단체인 ‘일심회’ 사건과 관련된 당원을 제명하는 내용을 담은 쇄신안이 2008년 2월 임시 전당대회에서 다수인 NL계의 반대로 무산된 뒤 PD계는 탈당했다.
통진당은 12일 중앙위원회에서 당권파와 비당권파 간 2차 대결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당권파는 자체적으로 내부 회의를 하는 등 대대적인 반격 준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2008년 분당사태 때 PD계가 절대 약세였던 것과 달리 현재 통진당 내 비당권파의 지분이 45%로 당권파와 비당권파 간 세력이 팽팽해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
유시민 대표는 6일 기자간담회에서 “많은 한계와 문제점이 있지만 10% 이상의 정당지지율을 받고 분당하는 것은 민의에 배반하는 것”이라며 “(2008년 분당사태는) 민노당에 남아있던 당원과 진보신당을 했던 분들 모두에게 큰 상처였다. 분당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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