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탈퇴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는 그리스가 연립정부 구성에 실패하며 2차 총선을 치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시 총선을 치르면 구제금융과 긴축에 반대하는 극좌파 정당이 1당이 될 확률이 높아 시장이 긴장하고 있다.
카롤로스 파풀리아스 대통령은 원내 1∼3당이 모두 연정 구성에 실패함에 따라 13일 안도니스 사마라스 신민주당(108석), 알렉시스 치프라스 시리자당(급진좌파연합·52석), 에방겔로스 베니젤로스 사회당(41석) 대표와 회동하고 마지막으로 정부 구성을 촉구했다.
그러나 치프라스 대표는 회동 후 “구제금융에 찬성하는 어떤 연정에도 참여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베니젤로스 대표는 “연정 성공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지만 2차 총선에도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언론들은 시한인 17일까지 연정 구성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한 달 동안 대법원장 감사원장이 이끄는 과도정부가 수립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국제사회가 그리스에 구제금융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그리스의 현금 보유액이 7월 초 고갈될 것이라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가 11일 보고서에서 전망했다. 이 보고서는 “그리스의 현재 현금 보유액은 25억 유로(약 32억 달러)로 현금 유입과 지출이 지난해와 유사할 경우 약 두 달간 버틸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최상의 시나리오는 그리스가 다음 달 총선에서 친유로존 성향의 생존 가능한 정부를 구성하는 것”이라며 “그리스가 전면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몰려 유로존에서 탈퇴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내다봤다. 독일 슈피겔지는 13일 “독일은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탈퇴해도 다른 국가에 미칠 영향을 줄이기 위해 유럽재정안정기구(EFSF)에서 계속 수십억 유로를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클라우스 레글링 EFSF 총재는 12일 “그리스의 유로존 퇴출은 가장 값비싼 해법이 되겠지만 현재 시장 참여자들은 어떤 결과에도 대비한 상태”라고 말했다. 페르 얀손 스웨덴 중앙은행 부총재는 “유럽 각국 중앙은행 관계자들이 그리스의 유로존 퇴출과 그 결과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리스의 향후 시나리오는 △17일까지 연정 구성 △2차 총선 후 친유로존 연정 또는 반긴축 연정 구성 △2차 총선 후 정국 표류 등이 점쳐진다. 유로존 잔류를 원하는 국민 다수가 긴축정책의 이행을 강조하는 신민주당과 사회당에 과반 의석을 줄 경우 위기가 수그러들 수 있다. 하지만 여론조사처럼 시리자당이 100석이 넘는 1당으로 부상할 경우 정국이 또다시 연정을 구성하지 못한 채 표류하고 그리스의 퇴출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유럽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바로잡습니다]
◇14일자 A18면 그리스 총선 관련 기사 중 ‘디폴트’는 ‘채무지불유예’가 아니라 ‘채무불이행’이므로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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