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무더위에 전력수급 벌써부터 빨간불… “전기 절약도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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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17일 03시 00분




이달 초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224.8m²형(68평) 아파트에 사는 박모 씨(50) 가족은 때 이른 더위에 에어컨 청소를 시작했다. 5인 가족인 박 씨 집의 한 달 전기요금은 20여만 원. 지난달에는 585kWh를 사용해 전기요금 19만6000원을 납부했다. 수입이 넉넉한 편인 박 씨 가족은 전기요금에 대한 부담을 거의 느끼지 않는다. 날씨가 더워지면 에어컨을 틀기 시작해 여름철 내내 사용한다. 전기요금도 수십만 원으로 오른다. 중고교생인 박 씨의 자녀들은 집에서 각자 노트북으로 인터넷 강의를 듣거나 게임을 한다. 휴대전화 5대도 늘 충전기에 꽂혀 있다.

서울 금천구 시흥동의 122.3m²형(37평) 아파트에 사는 주부 이경미 씨(39) 가족은 보통 220kWh를 사용해 3만 원이 넘지 않는다. 4인 가족인 이 씨 집에 있는 가전제품은 강남의 박 씨 가정과 별 차이가 없다. 에어컨 TV 노트북 식기세척기 트레드밀(러닝머신) 냉장고 김치냉장고 등을 사용한다. 하지만 한 달 수입이 400만 원 정도인 이 씨 가족은 전기요금에 민감한 편이다. 한여름에도 에어컨을 거의 틀지 않고 가전제품에는 ‘멀티탭’을 달아 대기전력 낭비를 막았다. 이 씨는 “빠듯한 살림이다 보니 전기요금도 최대한 아끼려고 신경을 많이 쓴다”고 말했다.

에어컨 켠 채 가게문 활짝 올여름 에너지 대란이 우려되는 가운데 16일 서울 강남구 강남역의 한 상가가 선선한 날씨에도 에어컨을 켠 채 문을 열어놓고 영업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에어컨 켠 채 가게문 활짝 올여름 에너지 대란이 우려되는 가운데 16일 서울 강남구 강남역의 한 상가가 선선한 날씨에도 에어컨을 켠 채 문을 열어놓고 영업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5월부터 무더위가 찾아오면서 국내 전력 수급에 빨간불이 켜진 가운데 동아일보가 지난해 7∼9월 구별 1인당 월평균 주택용 전력 사용량을 분석한 결과 서울시 25개 구 중 소득이 높은 강남구가 136.9kWh로 전기를 제일 많이 썼다. 대규모 주상복합아파트와 고급 단독주택이 밀집한 용산구(135kWh) 서초구(134.2kWh)가 강남구의 뒤를 이었다. 이 3개 구민들은 한 달 동안 서울 평균 112.7kWh보다 20kWh나 더 사용했다. 20kWh는 선풍기 2대를 매일 6시간씩 한 달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반면 금천구(96.2kWh) 구로구(100.6kWh) 영등포구(101.3kWh)는 전력 사용량이 가장 적었다. 건국대 박종배 전기공학과 교수는 “고소득층이 전기요금에 대한 부담을 덜 느끼다 보니 여름철에도 에어컨을 하루 종일 켜놓고 있다시피 한 경우가 많다”며 “누진제에 따라 전기 사용량이 많은 고소득층 가정이 요금을 많이 내고는 있지만 올여름 우려되는 에너지 대란을 막으려면 전기 절약 실천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시 거주민의 전기 사용량이 상대적으로 많아 전력 대란 예방 차원에서 도시민의 자발적인 전기 아끼기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같은 기간 시도별 1인당 월평균 전력 사용량은 서울(112.7kWh) 대전(107.8kWh) 대구(107.3kWh) 경기(107.1kWh) 울산(106.8kWh) 인천(106.7kWh) 부산(106kWh) 광주(104.5kWh) 순이었다. 이에 따라 전기 절약에도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체 전기 사용량의 20% 정도를 차지하는 주택용에서 절감 효과를 보려면 고소득층과 도시민이 전기 절약에 앞장서야 한다는 얘기다. 최승철 환경정의연구소 부소장은 “전기를 덜 쓰는 지방은 수도권과 광역시보다 발전소와 고압선로가 집중돼 있어 상대적으로 피해를 더 받고 있다”며 “전기 생산 혜택을 누리고 있는 도시민들이 전기를 절약하고 비용도 더 지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전력#전기 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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