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동부가 세력 장악… 지역黨서 반대땐 징계 어려워
김재연 “비대위가 제명절차 검토해 당적 바꿨다” 인정
비대위, 李-金 ‘시도당 당적’ 직권 변경해 출당할 수도
통합진보당 당권파의 ‘벼랑 끝 버티기’가 비상식을 넘어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당의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이석기, 김재연 당선자는 17일 주소지를 바꿔 자신들이 속한 시도당을 서울시당에서 경기도당으로 옮긴 것으로 확인됐다. 혁신비상대책위원회가 21일까지 자진 사퇴하지 않으면 출당(제명)할 수 있다고 거듭 시사하자 아예 출당 조치 자체를 막기 위한 ‘꼼수’를 부린 것이다.
통진당 당규 11호에 따르면 출당(제명) 등 징계를 위해서는 시도 당기위원회에 제소장을 제출하고 시도 당기위에서 이를 심의한다. 그런데 시도 당기위는 시도당 위원장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 징계 사유가 아니라고 판단하면 제소 자체를 각하할 수도 있다.
이, 김 당선자는 바로 이 점을 이용해 비당권파가 장악한 서울시당을 떠나 경기동부연합의 세력권에 있는 경기도당으로 옮긴 것이다. 안동섭 경기도당 공동위원장은 최근 당원비대위 구성을 주도하는 당권파의 핵심으로 폭력사태가 벌어진 5·12중앙위원회에서 필리버스터(의사진행방해)를 주도한 인물이다. 일부 경기도당 당원은 그의 행각을 비판하며 ‘위원장직 탄핵요청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이, 김 당선자는 이런 ‘꼼수’에 대해 부인하지도 않았다. 김 당선자는 18일 “혁신비대위가 당기위 제소를 통한 제명 절차를 검토했음을 확인했다. 당의 극단적 상황을 막기 위해 (시도당) 당적 이전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통진당 관계자는 “김 당선자가 주소지를 서울에서 경기 의정부로 옮겼지만 남편 주소는 원래 살던 서울 도봉구 창동으로 돼 있다”며 “사는 곳은 그대로인데 주소지만 바꾼 것은 사실상 ‘정치적 위장전입’ 아니냐”고 꼬집었다. 김, 이 당선자 측은 실제 사는 곳까지 옮겼는지에 대해 확인해주지 않았다.
그렇다고 비대위 측에 방법이 영 없는 것은 아니다. 당규 11조에는 시도 당기위원회가 불공정한 심사를 할 수 있다고 판단할 경우 일정한 절차를 거쳐 중앙당기위원회가 징계 대상자의 소속 시도당을 직권으로 변경시킬 수 있도록 돼 있다. 시간은 좀 더 걸리겠지만, 당권을 접수한 비대위가 중앙당기위를 통해 출당시킬 방법은 남아 있는 셈이다.
17일 TV, 라디오에 잇따라 출연하며 대국민 선전전에 나섰던 이 당선자는 18일엔 돌연 미디어 출연 약속도 어긴 채 공개석상에서 사라졌다. 그는 이날 오전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하려 했으나 전날 밤 일방적으로 취소했다고 한다. 그는 17일 밤 강기갑 비대위원장과의 면담 약속도 일방적으로 깼다.
한편 이 당선자가 17일 “나는 북한과 아무런 연계가 없다”는 식으로 쏟아낸 각종 발언을 놓고 트위터 등에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 나치 정권의 선전장관을 지낸 괴벨스를 연상케 한다는 말도 나온다. 괴벨스는 “대중은 거짓말을 처음에는 부정하고, 그 다음에는 의심하지만 (거짓말을) 되풀이하면 결국 믿는다”는 말을 남겼는데, 이 당선자의 종북 의혹에 대한 궤변이 이와 흡사하다는 것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