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제 배상 가능할까
미쓰비시, 한국에 지사… 新日鐵은 지사 없지만 포스코 등 투자지분 있어
대법원이 일제의 강제징용에 대해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했지만 실제 일본 기업으로부터 배상을 받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국내 법원 판결의 영향력은 기본적으로 국내에 한정되기 때문이다.
정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국제법 전공)는 “이번 판결은 두 기업의 국내 지사나 국내 재산에 대해서만 집행이 가능하다”며 “일본 내 재산은 일본 사법부의 협조가 있으면 가능할 수도 있지만 사실상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현실적인 것은 당사자인 일본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배상하는 것이지만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 이번에 패소한 일본 기업들이 국내에 재산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도 문제다. 미쓰비시는 그나마 한국에 지사가 있어 지사 재산에 한해 집행이 가능하다. 하지만 신일본제철은 한국 지사가 없어 국내 재산이 없다. 신일본제철이 포스코 등에 투자한 돈이 있지만 강제집행이 가능할지는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원고 측 법률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해마루 소속 장영석 변호사(36)는 24일 “자발적인 배상이 없으면 강제집행도 신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가 소송이 이어질지와 1인당 배상액이 얼마나 될지는 현재로서는 예상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배상액은 파기환송심을 다루는 고등법원에서 결정돼야 한다. 미쓰비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원고 5명은 각각 1억100만 원을,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소송을 낸 원고 4명은 각각 1억 원을 청구했다. 이번 판결로 유사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보이지만 얼마나 많을지는 예측이 쉽지 않다.
정부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08년까지 강제동원 피해신고를 한 사람은 22만 명이 넘고 유족까지 포함하면 10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학계는 일본이 국가총동원법을 공포한 1938년 4월 1일부터 1945년 8월 광복까지 강제 동원된 총인원은 800만 명(중복된 동원 건수 포함)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손해배상 청구권은 상속되기 때문에 현재 대부분 80, 90대인 피해자들이 사망해도 유족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태평양전쟁 피해자 보상추진협의회에 따르면 이번 소송을 제외하고 강제징용과 관련해 일본 기업을 대상으로 국내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소송은 없다. 일본에서는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이 후지코시 강재공업을 대상으로 소송을 진행했지만 지난해 10월 24일 일본 최고재판소가 원고 패소 판결한 후 추가 소송은 제기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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