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길 명품 길]<10> 미술가 이원호 씨의 서울 홍제천 그림길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25일 03시 00분


흐르는 물길 따라 모네-르누아르가 나를 반기네

2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홍제천 그림길에서 미술가 이원호 씨가 르누아르의 그림 ‘부케’를 설명하고 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2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홍제천 그림길에서 미술가 이원호 씨가 르누아르의 그림 ‘부케’를 설명하고 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홍제천 길은 아늑하다. 콘크리트만 가득했던 도로 위와 달리 여유로움이 넘쳤다. 내부순환도로는 따가운 햇살을 막아줬다. 잘 포장된 길 위에는 자전거를 타거나 산책하는 시민들이 가득했다. 그 가운데 걸린 모네와 르누아르의 명작이 회색빛 교각에 숨결을 불어넣고 있었다. 24일 오전 미술가 이원호 씨(40)와 함께 서울 서대문구 홍제천 그림길을 함께 걸었다.

○ 명화와 함께 걷는 산책길

“고가도로에서 떨어지는 물방울까지도 홍제천을 이루는 하나의 사물이죠.”

옆에서 걷던 이 씨가 말했다. 모네의 그림이 20점 걸려 있는 ‘모네길’ 중간쯤이었다. 말하는 이 씨 뒤로 모네의 ‘아르장퇴유의 빨간 배’가 보였다. 빨간 배와 그 아래로 센 강의 모습이 보였다. 액자를 통해 홍제천 위로 흐르는 또 다른 강이 이채로웠다. 모네 길에는 모네의 ‘수련’ ‘해돋이’ 같은 명화 20점이 걸려 있다. 인상파 화가의 그림답게 주변까지 밝아지게 했다.

660m 정도 걸어 백련교 아래를 지나면 ‘홍제천 폭포마당’이 있다. 건너편 안산 자락에서 시원한 폭포 세 줄기가 홍제천으로 떨어지며 도심에서 경험하기 힘든 시원함을 준다. 산책하던 시민들은 이곳에서 폭포를 즐기며 쉬어 가곤 했다. 낮 12시에는 음악과 분수를 함께 즐길 수도 있다. 그림길과 함께 서대문구가 2006년부터 추진해 온 홍제천 복원 계획의 성과 중 하나다.

백련교를 넘어서니 ‘르누아르 길’이 시작됐다. 1.4km 길에 르누아르의 그림 20점이 걸려 있다. 이 씨는 백련교에서 흥연2교를 지나는 이 길을 즐겨 걷는다고 했다. 가끔은 자전거를 타고 다니기도 했다. 처음에는 그림만 눈에 들어왔지만 계속 걷다 보니 주변의 작은 흔적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맑은 날에는 고가도로 사이로 햇빛 몇 줄기가 홍제천으로 비춰요. 사람들이 그런 작은 것들을 모르고 지나치지 않길 바랐죠.”

르누아르 길의 첫 그림은 ‘부케’였다. 녹색 화병 위에 빨갛고 노란 꽃들이 꽂혀 있었다. 하지만 그림의 크기가 원작보다 컸다. 세로가 2m에 달하는 거대한 그림이었다.

○ 예술 감성 흐르는 홍제천

이 씨는 독일에서 공부하며 공공미술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혼자 지내며 자신부터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고 했다. 이 씨는 “관심이 내적인 것에서부터 시작해 점점 주변으로, 일상적인 사물로, 공간으로 확장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2008년에는 슈투트가르트 중앙역 공공미술 프로젝트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 씨는 빠르면 이번 달 말부터 홍제천에 감성을 더할 생각이다. 서울문화재단 홍은예술창작센터에서 추진하는 ‘2012 다원예술프로젝트 액션 임파서블(Action Impossible)’의 공동 진행자가 된 것. 이 씨는 8월 4일부터 11일까지 홍제천 일대에 문화적 감수성이 담긴 작품 전시와 퍼포먼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프로젝트는 시민과 예술가가 기획, 작품 제작, 발표까지 함께하는 공동창작 형태로 진행돼 더욱 뜻 깊을 것으로 전망된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이원호#홍제천#그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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