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 ‘맨오브라만차’ 황정민 “배우는 그저 직업일 뿐”

  • 동아닷컴
  • 입력 2012년 5월 25일 10시 40분


●황정민에 “혹시 정치에 관심있냐” 물으니…
●‘맨오브라만차’는 인간 황정민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작품
●“대중예술가로서 늘 새로운 역할, 새로운 연기 보여주겠다”
●아이돌 가수의 뮤지컬 출연? “욕해봤자 우리 얼굴에 침 뱉기”

배우 황정민의 ‘맨오브라만차’ 공연 모습. 사진 제공ㅣ오디뮤지컬컴퍼니
배우 황정민의 ‘맨오브라만차’ 공연 모습. 사진 제공ㅣ오디뮤지컬컴퍼니

“저 배우 외에도 도전하고 싶은 일 정말 많아요.”

배우 황정민(42)은 나이를 잊은 패기를 두 눈 가득 머금고 있었다.

22일 진행된 뮤지컬 ‘맨오브라만차’(프로듀서 신춘수, 연출 데이비드 스완) 제작발표회에서 주인공 돈키호테이자 세르반테스 역을 맡은 황정민을 만났다. 하이라이트 공연 시사를 마치고 만난 그는 “실제 공연은 아니지만, 오랜만의 무대이고 처음 연습한 것을 보여주는 자리인 만큼 긴장을 많이 했다”고 털어놓았다.

황정민은 지난 2009년도 뮤지컬 ‘웨딩싱어’ 이후 약 3년 만의 뮤지컬 무대 복귀. 1999년 ‘지하철 1호선’으로 배우 데뷔를 한지 어느덧 13년이다.

그에게 오랜만에 무대 위로 복귀한 소감을 묻자 “영화도 좋지만 무대가 정말 좋다”며 “무대는 배우로서의 황정민을 정화시켜주는 곳”이라고 말했다. 또 “공연을 위해 모든 땀과 노력을 쏟은 후, 첫 무대에서 약 2시간 동안 내 배역에 몰입하는 그 시간은 정말 최고의 시간”라며 첫 무대에 대한 예찬을 펼치기도 했다.

그의 이번 작품 ‘맨오브라만차’는 스페인의 어느 감옥에서 신성모독죄로 끌려온 세르반테스가 죄수들과 함께 감옥 안에서 돈키호테를 주제로 한 즉흥극을 벌이는 이야기다. 이 가운데 돈키호테는 불가능한 꿈을 꾸며 돌진하고, 이를 통해 관객들의 일반적 이성과 일상적이 삶에 자극을 불어넣는다.

황정민은 특히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면 ‘꿈과 이상’이라는 단어를 수시로 사용하며 눈을 반짝반짝 빛냈다.

“이 작품은 꿈과 이상에 대해 이야기해요. 단순한 이야기긴 하지만, 우리는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삶을 살게 되잖아요. 이 작품을 하면서 내 삶을 다시 돌아보게 돼요. 내가 배우로서 삶을 잘 살고 있나. 처음에 연극, 영화를 할 때와 같은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나. 주변에서 ‘잘한다, 잘한다’ 말해줘 내 어깨에 뽕이 잔뜩 들어갔지만, 그 뽕을 다시 내릴 수는 없나 등등.”

▶황정민도 돈키호테처럼 꿈을 꾼다

그렇다면 과연 황정민에게 꿈과 이상은 무엇일까.
(왼쪽)산초 역의 이훈진-(오른쪽)황정민. 사진 제공ㅣ오디뮤지컬컴퍼니
(왼쪽)산초 역의 이훈진-(오른쪽)황정민. 사진 제공ㅣ오디뮤지컬컴퍼니

그에게서는 예상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황정민에게 있어 배우는 한낱 직업일 뿐, 그는 늘 다른 꿈을 꾸고 있었던 것.

“배우는 다소 수동적인 일이죠. 작품이 주어지면 그저 그 연기에 몰입해야하는 것이니까. 배우로서의 삶을 잘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에게는 직업일 뿐이에요. 세상에 수많은 직업들이 있는데, 연기로만 내 인생이 끝나는 것은 재미없다는 생각도 하고요.”

‘배우 황정민’. 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수식어였기에, 그런 그의 입에서 이런 대답이 나올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황정민은 돈키호테처럼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늘 새로운 꿈을 꾸고 있었던 것.

그는 최근 출연한 드라마 ‘한반도’에서 대통령 서명준 역을, 영화 ‘댄싱퀸’에서는 서울시장 후보 역황정민 역을 맡았다. 우연하게도 두 역할 모두 정치를 하는 인물. 기자가 혹시나 하며 “혹시 정치를 하고 싶나요?” 물으니 그는 단번에 “절대. 네버(never)!”라고 답한다.

“여행을 다니고 많은 것을 접하면서 다양한 꿈을 꿔요. 목수가 돼볼까, 과수원을 꾸려볼까. 책을 읽을 때면 소설가가 돼볼까 하고요. 얄팍하긴 하지만 그런 꿈들을 늘 꾸고 있죠.”

▶“좋은 무대=돈 아깝지 않은 무대”

배우를 단순한 직업이라고 말하는 그지만, 배우로서의 책임감과 열정은 어느 누구 못지않다.

최근 드라마 ‘한반도’를 종영한지 두 달이 채 안 된 그는 이번 ‘맨오브라만차’가 끝난 후 바로 강우석 감독의 영화 ‘전설의 주먹’에서 조직 폭력배를 연기하고 올 겨울에는 또 소극장 규모의 뮤지컬을 계획 중에 있다. 그에게 숨 돌릴 틈이 있을까.

“배우니까 늘 작품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나 쉬고 싶을 때 쉬었다가 다음 작품 한다? 물론 그렇게 생각하는 분들도 있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대중예술가로서 삶을 살아가고 있기에 관객들과의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다양한 작품을 통해 새로운 연기, 더 좋은 모습 보여주고 싶어요.”

그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작품을 신중하게 고른다. 최근 그가 소극장 작품들을 외면하고 큰 규모의 라이센스 뮤지컬에 주로 출연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소극장 작품도 좋으면 마다할 이유가 없어요. 저는 배우니까 작품 따라 움직이는데, 작품이 좋아서 스스로 동해야 하죠. 이번 ‘맨오브라만차’도 제가 좋아하는 작품이라 하는 거고요. 개인적으로 아쉬운 건 최근 창작 뮤지컬 중 제 마음에 쏙 드는 게 없다는 거예요.”

그렇다면 그에게 좋은 작품이란 어떤 것일까. 그는 “돈 아깝지 않은 무대”라고 단순명료하게 답한다.

“저도 가끔 영화나, 뮤지컬 보고 ‘돈 아까워’ 할 때가 있거든요. 단순하긴 하지만 ‘돈 아깝지 않은 무대’라는 것에 핵심이 있어요. 그게 바로 관객들과 소통이 되느냐 안 되느냐하는 문제이기도 하고요. 돈에 맞는 값어치를 하기 위해 배우는 배우로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연출, 제작자, 조명 등 모두가 심혈을 기울여야하겠죠.”

▶“나 보러, 아이돌 가수 보러 뮤지컬 극장 온다? 환영!”

이번 ‘맨오브라만차’ 공연은 황정민 덕을 보는 것이 사실이다. 이렇게 인터뷰 기사를 통해 공연 홍보도 하고, 그를 보기 위해 오는 관객들도 많을 것. 이에 대한 그의 솔직한 심경을 물었다.

“저 때문에 공연을 본다? 무척 기쁜 일이죠. 어릴 적 내가 유명하지 않을 때는 유명하냐, 안 하냐 그 차이가 정말 싫었거든요. ‘지하철 1호선’할 때도 정말 열심히 준비했는데 관객이 없어 공연 못한 적도 있고요. 당시 꼭 유명한 배우가 돼서 관객 많이 오게 하리! 이를 악물었죠. 어쨌든 나를 보러 왔지만, 그 기회를 통해 뮤지컬도 접하는 거잖아요. 작품 통해 희망과 도전을 얻어갈 수도 있고요.”
(왼쪽)알돈자 역의 조정은-(오른쪽)황정민. 사진 제공ㅣ오디뮤지컬컴퍼니
(왼쪽)알돈자 역의 조정은-(오른쪽)황정민. 사진 제공ㅣ오디뮤지컬컴퍼니

그렇다면 아이돌 가수들의 뮤지컬 출연에 대한 그의 생각은 어떨까.

“좋은 현상이라고 봐요. 그 분들 통해 많은 팬들, 고등학생들도 뮤지컬을 접하잖아요. 그 전까지 그 분들이 돈을 내고 뮤지컬을 봤을까요? 또 한편으로는 그만큼 좋은 뮤지컬 배우가 없다는 것의 방증이어서 씁쓸하기도 해요. 배우들 스스로 그들보다 더 유명해지거나, 더 큰 메리트를 찾아야하죠. 아이돌 가수들의 뮤지컬 출연을 욕하는 것은, 우리 얼굴에 침 뱉기 밖에 안돼요.”

마지막으로 황정민에게 이번 작품에서의 바람을 물었다. 그는 “덜 빨간 얼굴, 더 발전한 노래 실력”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같은 역할을 맡은 세 사람(황정민, 서범석, 홍광호) 중 제 얼굴이 제일 빨갛지 않나요? 어떻게 하면 덜 빨갛고, 어떻게 하면 노래를 더 잘 할 수 있을까 고민해요. 하지만 각자 살아온 삶이 다르기에 무대에서 보여주는 것이 달라 셋 다 색다른 매력이 있을 거예요. 특히 개인적으로는 이번 공연을 통해 ‘황정민이 영화배우로서의 매력 외에도 무대에서 이런 매력도 있었네’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뮤지컬 ‘맨오브라만차’는 황정민, 서범석, 홍광호, 이혜경, 조정은, 이훈진, 이창용 등이 출연하며 오는 6월 22일부터 10월 7일까지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된다.

동아닷컴 원수연 기자 i2ove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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