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철 국회 국방위원장(사진)은 25일 종북(從北) 논란에 휩싸인 통합진보당 당선자들의 국방위원회 배정 가능성을 심각하게 우려했다. 새누리당 소속인 원 위원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현재로선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거나 대북관이 분명하지 않은 종북 의원들의 군사기밀 취득을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면서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우선 원 위원장은 매년 국방위가 실시하는 국정감사 때의 기밀노출을 우려했다. 국방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감사기간에 군사시설이 있는 현장을 많이 찾아가는데 통진당 의원들의 방문 자체가 곧바로 군사기밀 노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걱정한다. ▼ “종북세력 앞에 軍무장해제 상황 우려” ▼
원 위원장은 “현장 방문은 북한이 절대 알아서는 안 되는 군사시설 위주로 이뤄지며, 의원들은 시나리오별로 준비된 군사작전계획의 전반을 점검한다”면서 “자칫하면 종북 의원들에 의해 1급 군사기밀이 북에 그대로 전달돼 손바닥 보듯이 노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의원들이 군사기밀을 노출하지 않는다는 각서를 쓰기도 하지만 양심이 지켜지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특히 예산심사 과정에서 육해공군 및 해병대에 배치된 무기 현황과 미사일 잠수함 등 무기도입 계획도 노출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또 국방위 소속 의원의 보좌진은 군사기밀을 열람할 수 있는 비밀취급인가증도 지급받을 수 있어 통진당 의원들이 보좌진을 내세워 군 정보를 취득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원 위원장은 각종 도발 등에 대한 대북 규탄 결의안 채택도 사실상 어렵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관례적으로 여야는 문구 수정 등을 거쳐 만장일치로 결의안을 채택하는데 앞으로는 통진당 의원들의 반대로 표결을 거쳐야 하고, 이 과정에서 의장석 점거 상황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가 분명한 입장을 취하지 못하고 북한의 3대 세습 체제를 인정하고 핵실험도 아무 문제가 없는 듯 넘어가면 우리나라가 안보의 아노미(무질서) 현상을 겪게 될 겁니다. 의원들은 군사기밀을 장차관 등의 대면보고를 통해서도 취득할 수 있는데 앞으로는 국방부가 누출을 우려해 소극적으로 나올 수 있죠. 국방위의 활동 자체가 위축당할 수 있습니다.”
원 위원장은 통진당 의원들의 국방위 입성 저지를 위한 방안으로 국회법 개정을 제시했다. 그는 “국가 기밀을 다루는 안보 관련 위원회는 교섭단체 소속 의원만 들어갈 수 있도록 국회법 관련 규정을 바꿔야 한다”며 “교섭단체 의원만 배정되는 정보위원회처럼 국방위와 외교통상통일위도 통제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원 위원장은 당초 이 같은 우려와 대책을 담은 성명서를 국방위원장 명의로 발표하려 했으나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이한구 원내대표를 만나 국회법 개정을 요청하기로 했다. 그는 2010년 8월 위원장으로 선출됐으며 18대 국회가 마무리되는 29일 임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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