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가 갈 농촌 총각 10년새 33% 급감… 지자체 “국제결혼 지원금 남아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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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7일 03시 00분


“국제결혼 하면 600만 원을 지원해주지만 결혼할 농촌 총각이 없어 지원금이 남아돌고 있어요.”

경남 창녕군청은 지난해부터 국제결혼을 하려는 미혼 남성을 찾지 못해 울상이다. 창녕군은 2006년 ‘농촌총각 장가보내기 사업’을 시작해 농사를 짓는 만 35세 이상 노총각이 국제결혼을 신청해, 성공하면 한 사람당 600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 2400만 원의 예산을 편성해 농촌 총각 4명을 지원하기로 하고 1월에 신청을 받았지만 신청자는 3명에 그쳤다. 지난해에도 7명을 지원하려고 했지만 신청자는 2명에 불과했다. 창녕군청 관계자는 “4년 전인 2008년에는 12명의 총각이 지원을 받아 결혼을 했다”며 “농촌에 총각이 귀해지면서 외국인 여성과의 결혼은 더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인 남편과 결혼이주 여성과의 국제결혼이 시작된 것은 1990년대 들어서다. 젊은층의 탈(脫)농촌 현상으로 1990년 농촌에 살고 있는 25∼44세 남성 10명 중 3명이 미혼자인 상황이 되자 정부와 민간이 나서서 중국 베트남 여성과의 결혼을 장려했다. 그 결과 2000년대 중반에는 농촌 총각의 40% 이상이 외국인 여성과 결혼할 정도로 국제결혼이 늘었다.

이런 추세는 결혼적령기 남성 인구가 감소하면서 꺾이기 시작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5∼44세 남성 인구는 2000년 827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꾸준히 감소해 2010년에는 780만 명으로 줄었다. 특히 2010년 면(面)지역 결혼적령기 남성 인구는 53만 명으로 10년 전보다 32.9% 급감했다.

일반적 통념과 달리 지난해 외국인 여성과 결혼한 남성의 85.7%는 대도시, 중소도시에 거주하고 있다. 하지만 도시 거주 총각이 외국인 여성과 짝을 맺는 추세도 오래 지속되기는 어렵다. 경북 상주시에서 국제결혼중개소를 운영하고 있는 김모 씨는 “농지와 주택을 갖고 있는 농촌 총각에 비해 도시 총각은 안정적인 직업이 없고 재산이 적어 실제 결혼이 성사되는 경우가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결혼이주 여성 출신국 중 1, 2위인 중국과 베트남은 자국 내 성비 불균형이 심각한 상황이다. 남아 선호사상이 강한 중국은 2010년 현재 여성 100명당 남성이 118.06명으로 20년 뒤에는 중국 결혼적령기 남성 중 3000만∼4000만 명이 짝을 찾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베트남 역시 20년 뒤 적령기 남성의 10%(약 200만 명)가 배우자를 찾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머잖아 중국과 베트남은 결혼이주 여성 유출 국가에서 유입 국가로 바뀌어 아시아지역에 ‘국제결혼 경쟁’이 벌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결혼이주 추세의 변화는 한국의 장래 인구에도 영향을 미친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조영태 교수(인구학)는 “내국인 여성보다 출산율이 높은 결혼이주 여성의 유입이 줄면 2030년으로 예상됐던 한국의 인구 감소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인구학회는 이런 문제를 토의하기 위해 15일 여성가족부의 후원을 받아 결혼이주 감소에 따른 다문화 정책과제에 대한 세미나를 열 계획이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농촌총각#국제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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