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7일 대선 경선관리위원회의 출범을 의결하자 비박(비박근혜) 진영은 “당 지도부가 우리에게 경선 포기와 들러리 참여 중에서 양자택일을 하라고 압박하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8일 의원 연찬회와 주말 비박 주자 3인(김문수 이재오 정몽준) 회동 움직임, 당 지도부와 친박(친박근혜) 진영이 어느 정도 수준의 타협안을 내놓을지 등이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선 포기’ 엄포를 놓는 비박 진영이나 ‘달랠 카드’가 마땅치 않은 친박 진영이나 답답하기는 매한가지다. ○ 비박 후보들, 경선 보이콧 불사
이날 저녁 비박 주자 3인의 대리인 격인 차명진 권택기 전 의원, 안효대 의원은 당 지도부의 선관위 출범에 대응하기 위해 긴급 회동을 했다. 이들은 “당 선관위 의결은 현행 경선 룰을 고집하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으며 경선 보이콧도 검토해야 한다”며 격앙된 분위기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비박 진영의 한 핵심 인사는 “경선에 참여할지에 대한 비박 주자들의 결정이 다음 주를 넘기지 않을 것 같다”며 급박한 분위기를 전했다. 한 비박 의원은 “완전국민참여경선제를 도입해야 그나마 비박 주자 간 단일화로 마지막 승부수를 던질 수 있다”며 “현행 룰로는 참여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선 도전의 길에 들어선 이들로선 아무 대책 없이 경선을 실제 보이콧하는 ‘벼랑 끝 카드’를 던지기는 쉽지 않다. 경선 레이스 참여를 결정하더라도 경선관리위 출범 이후 계속해서 국민참여경선제 주장을 고수하면 판을 깨겠다는 것처럼 비치고, 친박 진영이 검토 중인 선거인단 확대안 정도로 타협하면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꺾을 돌파구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비박 주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 박근혜 측, 출마 선언 시기 속도조절
당이 이날 경선관리위 출범을 의결한 후 박 전 위원장의 공식 출범 시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 전 위원장 측은 그동안 “경선관리위가 출범하고 경선에 돌입한 직후 공식 출마 선언을 할 것”이라고 말해왔다.
친박 진영 내부에서는 비박 진영의 경선준비위 출범이나 국민참여경선제 도입 주장에 대해 “개의치 말고 우리 갈 길을 가자”는 분위기가 그동안 많았다. 친박 진영 의원 상당수는 “200일도 채 남지 않은 본선을 고려하면 지금도 늦었다. 빨리 캠프를 꾸려 본선에 대비해 야권과 차별화된 길로 가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친박계 이정현 최고위원이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박 전 위원장이) 조만간 빠른 시일 내에 (대선 출마 선언을) 할 걸로 알고 있다”는 것과 같은 기류다.
그러나 이날 비박 주자들이 경선 보이콧 카드까지 거론하며 거세게 반발하자 속도 조절을 하는 분위기다. 박 전 위원장 측 핵심 관계자는 “박 전 위원장이 아직 출마 선언일을 확정짓지 못했다”며 “선관위가 11일 출범하더라도 곧바로 출마 선언을 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비박 진영에서 경선 보이콧을 검토하는 마당에 박 전 위원장만 출마를 강행하는 게 오만해 보일 수 있다는 고민 때문. 한 친박계 의원은 “후보들이 경선에 불참해 사실상 추대로 가면 박 전 위원장에게 좋겠느냐”며 “그렇다고 그들이 요구하는 국민참여경선제를 받을 수도 없어 난감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 다음 주초가 갈등의 분수령
비박 진영의 심재철 최고위원은 이날 경선 문제와 관련해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두 가지를 제안했다고 한다. 당헌·당규에 규정된 경선시기(8월 21일)를 좀 더 늦출 수 없겠느냐는 것과 경선관리위 내에 경선 룰과 관련해 주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소통 창구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다른 최고위원들은 경선시기를 늦출 수는 없지만 소통 창구를 만드는 데는 대부분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우여 대표는 “주말에 다시 연락할 테니 각자 대선주자들의 의견을 수렴할 방안에 대해 생각해 달라”고 정리했다.
대선주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방안으론 경선관리위 안에 경선 룰을 논의하는 소위를 만들거나 경선관리위와는 별도로 최고위원회 산하에 별도의 태스크포스(TF)를 꾸리는 방안이 있다. 그러나 갈등의 본질인 당헌·당규를 고칠 수 없다는 당 지도부와 완전국민참여경선제를 해야 한다는 비박 주자 측의 인식은 여전히 간극이 커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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