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 ‘연기 인생 40년’ 고두심, 몸뻬 바지 벗고 ‘춤 바람’ 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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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27일 07시 00분


탱고는 가장 정열적인 춤이다. 젊은 사람들도 추기 쉽지 않다. 이런 탱고를 백발이 성성한 72세 여성이 배운다면?

기자가 어렸을 적만 해도 중년 여성이 춤을 배우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봤다. 사람들은 “저 여편네가 춤바람이 났네”라며 수근거렸다. 탱고, 왈츠, 차차차 등이 건강한 스포츠라고 인식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지금은 댄스스포츠 프로그램이 하이라이트 시간대에 편성될 정도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상전벽해가 아닐 수 없다.

30년 교직생활을 마치고 정년 퇴직한 한 여성이 있다. 남편과는 사별했고 모든 자식들은 출가하여 혼자 살고 있는 여성이다. 이 72세 여성은 댄스를 배우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댄스 교습 과정 6주가 시작됐다.

연극 ‘댄스 레슨’은 2001년 미국 로스엔젤레스 초연된 리처드 알피에리의 작품으로, 2003년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랐다. 지금까지 12개의 언어로 번역되어 20개국, 50개 이상의 프로덕션에서 공연된 검증된 명작이다.

연기 데뷔 40주년을 기념해 5년 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온 배우 고두심은 ‘국민 어머니’라는 옷을 과감하게 벗어 던졌다. 고두심은 ‘댄스 레슨’에서 누군가의 아내로, 엄마로 살아왔던 한 중년 여인이 방문 교습 댄스 강사로부터 6주 동안 6가지의 댄스를 배우며 진정한 자아와 희망을 찾는 역을 맡았다.

고두심은 이번 연극을 위해 스윙 탱고, 비엔나 왈츠, 폭스트롯, 차차차, 컨템포러리 댄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춤을 배우고 있다. 늦게 배운 춤에 시간이 가는 것도 모를 정도다. 완벽을 추구하는 성격 탓에 연습량이 엄청나다.

고두심의 상대배우인 게이 ‘댄스강사’역을 맡은 지현준은 대선배 고두심을 오롯이 홀로 상대하는 남자 주인공으로 캐스팅 됐다. 지현준 역시 멋진 춤으로 매력적인 무대를 선보이기 위해 많은 땀을 흘리고 있었다.

▶ 나이를 잊은 그녀…“고두심 선생님, 너무 귀여우세요”

26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에 있는 두산아트센터 연습실에서 열린 연극 ‘여섯 주 동안 여섯 번의 댄스 레슨’(이하 댄스 레슨) 연습공개 및 기자간담회.

이날 연습공개현장에서 고두심과 지현준은 왈츠와 열정적인 탱고를 선보였다. 현재 고두심은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매일 춤을 배우며 열의를 불태우고 있다. 두 사람은 호흡을 맞춘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환상적인 댄스를 선보였다.

“고두심 선생님께서 댄스를 굉장히 빨리 배워요. 움직임에 대한 센스가 굉장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호흡이 굉장히 잘 맞는 커필이 될 걸로 기대하고 있어요”

안무를 맡은 남미경 씨의 칭찬이 쏟아졌다.

연출가 김달중 역시 “고두심 씨가 너무 젊어 보여 걱정이다. 원작은 72세 여성인데 본인의 현재 나이로도 보이자 않아 큰일이다”고 애교 섞인 말을 했다.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는 지현준도 “대선배님인데 긴장이 안 될 만큼 굉장히 귀여우시다”라고 했다. 참고로 고두심은 1951년 생이다.

▶“우리 모두 춤을 배웁시다!…허리 통증 사라지는 기분, ‘잘록허리’도 기대”

올해로 연기 40년이 되는 배우 고두심. 그에게 연극 ‘댄스 레슨’은 새로운 인생이자, 새로운 도전이다.

“중·고등학교때 고전무용을 배운 적이 있어 언젠가 이런 연극에 출연하고 싶었어요. 연극 ‘친정엄마’를 함께 했던 스태프가 ‘댄스 레슨’을 꼭 같이 하자고 3년 전부터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나이가 더 들면 이런 도전을 해볼 용기가 사라질까 싶어 도전하게 됐어요. ‘댄스 레슨’은 제 연기 인생에 새로운 인생이자, 도전이 될 것 같아요” (고두심)

그동안 서민적이고 자녀들에게 헌신적인 ‘국민 엄마’역을 맡았던 고두심은 단 한 번도 ‘엄마’역을 맡았던 것을 속상해 한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엄마 역이 얼마나 편했는지 몰라요.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시장이 좁다보니 배우들이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기 쉽지 않죠. 오히려 한 번 선택된 역할을 쭉 해야 하는 현실입니다. 배우로서 사람들에게 다양성을 보여주고 싶은 맘이 컸던 것에 대한 불만을 있었지만, ‘어머니’역을 맡았다고 해서 거기에 불만을 가진 적은 없었어요.”

연극 ‘댄스 레슨’을 하며 각종 춤을 배우다보니 고두심은 젊은 연예인들도 만들기 힘들다는 ‘잘록허리’를 갖게 됐다고 말해 웃음을 줬다. 고두심은 “춤을 배우려면 허리 자세를 똑바로 해야되는데 그런 연습을 계속 하다보니 허리 통증이 사라지는 기분이다. 우리 어머니들이 자신감을 갖고 도전해보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특히 그는 몸 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치유가 됐다고 했다.

“체력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건강해지는 것 같아요. 일단 자신감이 생깁니다. 저를 보세요. 늘 몸뻬 바지를 입던 사람인데 드레스를 입고 6가지 춤을 배우잖아요. 제가 봐도 용기가 가상한 것 같아요.(웃음)”

지현준 역시 이 연극을 하며 자신의 어머니를 많이 떠올렸다고.

“연습을 마치고 집에 들어가면 TV를 보는 어머니의 뒷모습이 너무 안타까웠어요. 이 연극을 보고 어머니가 아닌 여자로서의 자신감을 찾았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두 배우에게 춤이란 자시의 삶에 어떤 의미인지 물었다.

“최근 들어 저에게 춤은 기쁨입니다. 춤을 추는 시간이 굉장히 즐겁고 신나거든요. 더 열심히 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고두심)

“저에게 춤은 소통입니다. 서로 손을 붙잡고 같이 뛰며 호흡이 딱 맞을 때 그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어요. 사람들이 왜 춤의 매력에 빠지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현준)

연극 ‘여섯 주 동안 여섯 번의 댄스 레슨’은 7월 24일부터 9월 2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열린다.

글·사진ㅣ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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