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 ‘아부의 왕’ 송새벽 “내 연기가 매번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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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29일 09시 30분


배우 송새벽. 국경원 동아닷컴 기자 onecut@donga.com
배우 송새벽. 국경원 동아닷컴 기자 onecut@donga.com
천성적으로 아부를 잘하는 사람도 있지만, 어떤 이는 자신을 위해 두 눈을 꼭 감고 아부를 떠는 경우도 있다.

사실, 아부는 직장생활에서 어느 정도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하지만 지나치면 남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로 비춰질 수도 있다.

어떻게 하면 이 아부라는 ‘감성영업’을 잘 할 수 있을지 하여 한 고수를 만났다. 아부에 물이 오른 배우 송새벽(33)이다.

송새벽은 영화 ‘아부의 왕’에서 가족의 사채 빚을 갚기 위해 아부의 대가인 ‘혀고수’를 만나며 아부의 고수가 되는 동식 역을 맡았다.

인터뷰에서 만난 송새벽은 ‘막걸리’같은 왠지 모를 친숙함이 다가오는 배우였다. 내 앞에 있는 커피 잔이 아닌 막걸리 잔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오랫동안 인터뷰를 하고 싶었다.

<다음은 송새벽과의 일문일답>

- ‘아부의 왕’의 어떤 점이 끌려 참여하게 됐나?

“‘아부’라는 소재가 참 독특했고 그 아부로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그리고 대본을 읽었을 때, 동식이가 변화되는 과정이 재밌었던 것 같다.”

- 그렇다고 단순히 웃긴 영화는 아닌 것 같다.

“제목이 ‘아부의 왕’이니까 마냥 웃긴 코미디를 기대하실 수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은 했다. 말씀하신대로 그저 웃긴 내용은 아니다. 그 안에 가족애와 첫사랑등 진지한 코드도 들어가 있다. 코미디와 드라마가 잘 결합된 것 같다.”

- ‘송새벽’은 늘 연기가 비슷하다는 평이 있다.

“그걸 잘 모르겠다. 매번 시나리오가 다르고 인물이 달라서 내 나름 섬세하게 다른 구석을 만들기는 하는데 큰 변화를 못 느끼신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잘 모르겠다. (웃음) 이번 ‘아부의 왕’ 같은 경우 동식이가 변화되긴 하지만 극과 극으로 바뀌는 인물은 아니었기 때문에 똑같다고 느끼실 수도 있을 것 같다.”

- 직장생활을 해본 적이 없는데, 샐러리맨을 연기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그 부분에 고민을 많이 했다. 감독님께서 영화를 하시기전에 대기업을 다니셨다. 그래서 이런 상황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설명을 많이 해주셨다. 지인들에게 팁을 받기도 했다. 어떤 직업이든 스트레스가 있고 연기자 역시 각자의 스트레스가 있기에 어느 정도 공감을 할 수 있었다.”

- 그렇다면, 배우들의 애잔함은 무엇이 있을까?


“분명히 있다. (웃음) 나 같은 경우, 연극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물론 배우들은 자기가 하고 싶어서 연기를 선택한 거라서 일반 직장인들보다 스트레스를 덜 받는 건 사실이다. 자유롭고 얽매이지 않으니까…반면, 밥 세끼 먹는 것처럼 일이 계속 들어오는 건 아니기에 경제적인 부분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 그러고보니, 작년에 연극무대로 돌아갔었다.

“작년에 연극 ‘해무’를 했다. 2년 만에 연극을 했는데…예전부터 함께 했던 식구들을 다시 보니 반가웠다.”

- 연극 후배들에게 밥이나 술을 잘 사나?


“사실 그러고 싶은데, 후배들이 별로 없다. 아직도 선배님들이 훨씬 많고 내가 막내 쪽이다. 입단한지 10년이 지났는데 후배들이 많이 들어오지 않아서 사 줄 기회가 없다. 가끔 선배님들한테 ‘이번엔 제가 내겠다’고 그런다. 100번 얻어먹었으면 한 번은 내가 사야지 않겠나. (웃음)”
배우 송새벽. 국경원 동아닷컴 기자 onecut@donga.com
배우 송새벽. 국경원 동아닷컴 기자 onecut@donga.com

- 회식 자리를 좋아하는지?

“엄청 좋아한다. 평소에 아부를 떠는 성격도 아니고, 영화 촬영 중엔 연기를 하니 배우들과 사이를 좁힐 기회가 많지 않다. 유일하게 그럴 수 있는 자리가 회식자리다. 그 때는 술도 마시고 기분도 좋아지니까 선배님들한테 뽀뽀도 하고 껴안기도 하면서 애교를 부린다. 아무래도 취중진담을 하고 나면 친해지는 것 같다.”

- 성동일과 회식 자리를 많이 가졌다고 들었다.

“선배님께서 촬영 들어가기 전에 그런 자리를 많이 마련하셨다. 성동일 선배님께서는 사람을 워낙 좋아하셔서 2~3번 술자리를 하면 급격히 친해진다. 덕분에 영화도 매끄럽게 촬영을 잘 할 수 있었다.”

- ‘아부의 왕’에서 나온 아부 비법 중 가장 공감 가는 법이 있다면?

“‘경청하기’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사람 맘을 이해해야 대화가 계속되지 않겠나. 내 이야기만 들어달라고 하는 건 이기적인 것 같다. 나 역시 동료들의 이야기를 듣고 내 고민도 이야기하니까 자유로워지는 것 같다. 연기자라는 게 정말 힘든 직업이다. 얼마 전 연기자 후배의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다. 그 후배의 힘든 점을 누군가 들어줬더라면 힘이 됐을 텐데, 그렇다면 그런 선택까지는 안 했을 수도 있었을 텐데… 휴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 이번 영화를 찍으며 ‘아부’에 대해 느낀 점이 있다면?


“아부라는게 부정적인 이미지가 크다. 찍으면서 느낀 건데 ‘그래…남의 비위에 맞춰 알랑거리는 게 아부인데, 그게 뭐 어때서?’라는 거다. 좋게 덕담 나누듯이 아부를 하면 인간관계도 원활할 것이다. 사람에게 인간관계는 큰 재산인데… 좋은 말 하면서 둥글둥글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빈말이라도 ‘오늘 모자가 멋지네’라도 해보는 건 어떨까. 요즘은 그런 대화들이 짧아진 것 같아 아쉽다.”

- ‘아날로그 감성’ 그리울 때가 있나보다.

“아날로그 매력만의 매력이 있지않나. 내가 79년생이라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모두 경험했다. 아날로그를 만날 수 있어 행운이었다. 세상이 편해진다고 좋아지는 것만은 아니더라. 어렸을 적에 좋아하는 아이에게 언제 전화올까 기다려 보고, 삐삐에 ‘1004(천사)’ ‘486(사랑해)’ 등 메세지를 남기는 등 얼마나 재밌었나. 요즘은 문자메세지로 다 보내니까 손때 묻은 편지의 매력도 잘 모르는 것 같다. 연필과 지우개자국이 있는 편지 얼마나 낭만적인가.”

- ‘동식’이 또한 첫사랑에게 낭만적이었다. 그런데 영화에서 ‘첫사랑’이 필요했을까.

“글쎄요. 일단 나는 예쁜 여배우 한채아와 연기해서 좋았다.(웃음) 배우 송새벽에겐 그게 좋았다. 음…누구나 첫사랑이 있지 않겠나. 회장님에게 아부를 떨기위해 억지스런 부분을 매끄럽게 처리하기 위해 동식이의 첫사랑이 필요했을 것 같다.”

- 마지막으로, 관객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나.


“날씨도 더운데, 시원~한 에어컨 있는 영화관에서 재밌고 시원한 영화 보시면서 스트레스를 날려버리셨음 좋겠어요. 영화 보시고, 주위 분들에게 좋은 덕담 나누듯 좋은 아부도 나누시고요. 그럼 삶이 좀 더 재밌지 않을까요?”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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