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중 쇠구슬 눈가에 맞아… 이건 살인행위”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30일 03시 00분


■ 25t 화물차 운전사, 화물연대 파업중 수송 나섰다 ‘봉변’

29일 오전 부산에서 트레일러를 몰던 운전사 김모 씨가 지름 0.7cm의 쇠구슬(작은 사진)에 맞아 전치 4주의 ‘쇠구슬 테러’를 당했다. 차량 유리창을 관통할 정도로 위력적이 었다. 부산지방경찰청 제공
29일 오전 부산에서 트레일러를 몰던 운전사 김모 씨가 지름 0.7cm의 쇠구슬(작은 사진)에 맞아 전치 4주의 ‘쇠구슬 테러’를 당했다. 차량 유리창을 관통할 정도로 위력적이 었다. 부산지방경찰청 제공
25일부터 시작된 화물연대 파업에 동참했던 25t 트레일러 운전사 김모 씨(30)는 28일 오후 회사의 간곡한 부탁을 받았다. ‘29일 오후 2시 부산 북항에서 해외로 나갈 환적 냉동 컨테이너를 꼭 옮겨야 된다. 못 옮기면 계약해지 등 경영상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비조합원인 김 씨는 화물연대 파업이 맘에 걸렸지만 ‘긴급한 물품 수출’이라는 말 때문에 일을 맡기로 했다.

김 씨가 트레일러를 몰고 29일 0시 20분 신항을 출발해 부산 사상구 감전동 낙동대교 부산 방면 150m 지점을 지나던 0시 50분경. 갑자기 머리 주위에서 ‘빡’ 하는 소리가 들렸다. 순간 김 씨 눈앞도 하얗게 변했다. 처음엔 자신이 교통사고를 낸 걸로 착각했다. 정신을 차리고 갓길로 차를 정차시켰는데 왼쪽 눈 주변에서 피가 줄줄 흘렀다. 운전석 옆엔 지름 0.7cm가량인 쇠구슬이 하나 있었다. 김 씨 차량 앞에도 쇠구슬 공격을 받은 트레일러 한 대가 유리창이 심하게 파손된 채 서있었다. 피해 트레일러 운전사 나모 씨(40)가 112와 119에 신고해 김 씨는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눈 주위가 1cm가량 찢어져 여섯 바늘을 꿰맸고 전치 4주 진단을 받았다. 졸음운전을 피하기 위해 창문을 열어 놔 쇠구슬에 정통으로 맞은 것으로 보인다.

김 씨는 “만약 1cm 옆 눈동자에 쇠구슬을 맞았다면 아마 실명했을 것”이라며 “그보다 무서운 건 쇠구슬에 맞아 정신을 잃고 다리 밑으로 떨어졌다면 죽었을 것이다. 이건 살인미수 행위나 마찬가지”라고 흥분했다. 김 씨는 “나도 25일과 27일 이틀간 파업했고 28일은 근무 절반만 했다. 긴급한 화물을 옮긴 것뿐인데 어떻게 사람을 죽이려고 할 수 있나”라며 “말로만 듣던 쇠구슬 테러를 직접 당해보니 사람들이 너무 무섭다”고 말했다. 김 씨는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이 미울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을 조준해서 살인무기가 될 수 있는 쇠구슬을 쏠 수 있나? 묻고 싶다. 나를 쏜 목적이 뭔지”라며 한숨을 쉬었다.

경찰은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차량에 대해 불만을 품은 화물연대 조합원이나 사주를 받은 누군가가 인근에 숨어 있다가 무작위로 트레일러에 쇠구슬을 쏘았을 것으로 보고 현장 인근 폐쇄회로(CC)TV 등을 분석하고 있다.

한편 대구 경북에서도 파업에 참여하지 않고 고속도로를 운행하던 화물차가 잇따라 파손됐다. 28일 오후 11시경 대구 북구 사수동 중앙고속도로 금호터널 입구를 지나던 강모 씨(60)의 4.5t 화물차에 지름 1cm 크기 쇠구슬 1개가 날아와 운전석 유리창이 파손됐다. 같은 날 오후 10시 40분경 경북 의성군 안평면 서울 방면 중앙고속도로에서 김모 씨(36) 5t 화물차에 돌멩이가 날아와 앞 유리가 깨지는 등 이날 오후 11시 40분까지 구미 칠곡지역 중앙고속도로와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던 화물차 5대가 운행 중에 운전석 유리가 부서지는 피해를 입었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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