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2003년 부산저축은행 대주주의 부탁을 받아 금융감독원에 전화를 건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 사건이 이번 대선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상득 전 국회의원과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저축은행 비리 수사선상에 오른 상황에서 강력한 야권 대선주자인 문 고문까지 저축은행 사건과 관련해 이름이 거론됨에 따라 향후 저축은행 수사의 향방이 대선 구도에 적잖은 영향을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대가성 없는 청탁, 문제 없나
검찰은 문 고문이 당시 금감원에 전화를 건 행위에 대해 “사실상 청탁에 가깝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올 3월 나경원 전 의원의 남편 김재호 부장판사가 박은정 검사에게 전화한 것을 ‘청탁 전화’로 판단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부산저축은행이 금감원 검사를 받을 당시 대주주인 해동건설 박형선 회장을 만나 그 자리에서 전화를 건 데다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전화를 금감원에서 충분히 ‘부담’으로 느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2002년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 과정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원하는 등 친노(親盧)그룹의 숨은 후원자 역할을 맡아 온 인물이다.
그러나 검찰은 문 고문이 설립한 법무법인 부산에 부산저축은행이 59억 원 상당의 소송을 맡긴 것에 대해서는 “청탁과 관계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저축은행은 부산의 A로펌에만 맡겼던 사건을 2004년부터 법무법인 부산에도 함께 맡겼지만 검찰은 대가성을 입증할 만한 증언이나 물증을 찾지 못했다고 한다. 부산저축은행 관계자들도 검찰에서 “청탁 대가가 아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형사처벌 논란과는 별도로 법조계에선 “당시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었던 문 고문이 저축은행 대주주가 앞에 있는 상태에서 상대방이 압력으로 느낄 수 있는 청탁 전화를 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적 정점에 있는 대통령의 최측근이 비리 의혹이 있었던 저축은행을 감싸는 것으로 비칠 수 있는 행동을 한 것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시각이다.
○ 정치적 파장 어디까지 번질까
현재 문 고문은 민주당 대선주자 ‘빅3’ 중에서도 지지도가 가장 앞선다. 가뜩이나 다른 주자들이 “문재인으로는 대선에서 이길 수 없다” “노 전 대통령 서거에 책임이 있다”며 공격하고 있는 상황에서 저축은행 사건에까지 관련돼 검찰 수사를 받음에 따라 공격의 빌미를 주게 됐다.
야권에서는 검찰이 문 고문에 대해 최종적으로 무혐의 처분을 해도 정치적으로는 상처를 받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새누리당 시각에선 이번 사건이 문 고문의 이미지에 타격을 입힐 수 있는 호재(好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문 고문 측은 검찰의 조사 시점에 대해 ‘검찰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개입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며 강력하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야당 유력 대선주자임에도 당당하게 검찰 조사에 응했고 결국 혐의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는 식으로 역공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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