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교육의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 이달 26일부터 시행된다. 이 법은 산림을 청소년 인성 강화와 교육의 마당으로 적극 활용하자는 취지에서 제정됐다. 전문가들은 숲 체험이 심신을 치유하고 남에 대한 배려심과 존경심도 갖게 해줘 학교폭력, 집단따돌림, 인터넷 중독을 치유하고 예방하는 데 큰 효과가 있다고 본다. 산림청은 법 시행과 함께 전국 자연휴양림 수목원 산림공원에서 숲 해설가와 산림치유지도사 등 전문가를 활용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추진한다. 동아일보는 산림청과 함께 ‘숲으로 가자’ 공동캠페인을 연말까지 펼친다.
“실내에서 느꼈던 답답한 마음이 뻥 뚫려요.” “며칠만 숲 속에 있으면 아픈 곳이 모두 나을 것 같아요.”
지난달 29일 오전 강원 횡성군 둔내면 삽교리 ‘숲체원’. 녹색체험교육센터인 이곳에 서울지역 8개 복지시설에서 온 장애인 200여 명이 8개 조로 나뉘어 산길을 걷고 있었다. 휠체어에 의존해야 하는 중증지체장애인은 산 정상까지 설치된 나무 덱을 이용하며 바람소리, 새소리를 만끽하고 있었다. 이날은 숲체원 운영기관인 사단법인 한국녹색문화재단이 2박 3일의 일정으로 여는 ‘나눔의 숲 캠프’ 마지막 날이다.
“나무에 왜 잎이 붙어 있죠?”(조인숙 숲 해설가) 정신지체 2급인 박지선 씨(26·여)는 힘겹게 입을 떼며 “이∼∼잎∼이 없∼으면 나무가 죽어요”라고 대답했다. “정답이에요”라는 칭찬에 으쓱해진 박 씨의 표정은 그간의 시름을 모두 잊은 듯 보였다.
숲 해설가 조인숙 씨는 참가자들에게 솔방울을 종이컵에 넣어 보라고 했다. “여러분은 모두 할 수 있어요. 더 아름다운 숲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어요.” 참가자들은 힘겹게 임무를 완수한 뒤 서로 껴안고 기뻐했다.
시각중복장애인 복지시설인 ‘헬렌켈러의 집’ 윤미진 시설장(46)은 “숲에 오는 것만으로도 심리가 안정돼 절반 이상의 치료 효과를 얻게 된다”며 “작은 임무를 이뤄낸 장애인들의 성취감은 일반인이 느끼는 것보다 훨씬 크다”고 말했다.
숲체원은 산림청이 관리하는 녹색기금 200억 원으로 2007년 조성된 숲체험시설. 청태산의 수려한 해발 850m 고지에 세운 교육과 숙박, 식사 등이 가능한 ‘공공 리조트’다. 이곳에선 연간 1만여 명의 소외계층 청소년과 장애우, 학교폭력 피해자 및 가해자 등이 숲 체험을 통해 ‘진정한 나를 발견하고 또 다른 나를 위해’ 일상에 복귀한다. 프로그램도 숲 오감(五感) 체험, 명랑운동회, 나만의 티셔츠 만들기, 숲과 친해지기 등으로 짜여 있다. 1인당 숙식 경비(2박 3일 기준)는 7만∼8만 원 수준이지만 신청서를 제출해 채택되면 녹색기금에서 모두 지원한다.
정민호 숲체원 원장은 “숲 체험을 통해 심신 장애인들에게는 안정을, 비행청소년들에게는 동반자를 의지하고 서로 도와주는 협동과 상생의 중요성을 깨닫게 한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학교폭력, 집단따돌림, 인터넷 중독 청소년 등에게 숲 체험·교육을 수행한 결과 큰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이돈구 산림청장은 “숲은 일상과 다른 자연환경으로, 숲을 경험함으로써 자연에 대한 호기심과 경외감을 느끼고 자신은 물론이고 주변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갖게 한다”며 “미래 세대들이 공존과 배려, 협동이 무엇인지를 배우고 느끼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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