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커버스토리]부장님! 아버지!‘걸그룹 탐구’ 수능 풀어보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7일 03시 00분


40대 이상 직장인 - 부모를 위한 ‘걸그룹 아해들을 알려주마’

풀어 보셨는지. 채워지지 않는 괄호가 야속하게만 느껴지셨는지. 아니면 무슨 씻나락 까먹는 짓거리야 하며 그냥 시선을 돌려 버리셨는지. 그랬다면 당신은 뒤처지는 40대라고, 청소년들이 말하는 ‘꼰대’라고 감히 부르고 싶다.

이 시대의 걸그룹은 그저 비슷비슷하게 생긴 얼굴 예쁜 가수들만은 아니다. 그렇다고 어린 것들만의 전유물도 아니다. 이제는 시대의 트렌드다. 그 트렌드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소통이다. 가정에서 자녀들과의 소통, 직장에서 부하 직원들과의 소통이 다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그 소통의 열쇠는 바로 걸그룹에 있다.

SK텔레콤 최동원 매니저(42)는 “자녀들과의 소통에서 걸그룹보다 좋은 방법이 없다”고 단언한다. 아빠가 하자는 대로 했던 아들(14)과 딸(12)이 어느 순간 걸그룹 노래를 들으며 자기들끼리만 놀기 시작했단다. 최 매니저는 그래서 공부했다. 걸그룹 노래도 흥얼거리고 “얘는 어떻더라, 쟤는 어떻더라” 이야기를 했더니 이제는 자녀들이 먼저 말을 건다.

기업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중소기업 인키움의 조재천 대표(51)는 걸그룹을 아는 것이 일종의 대화전략이라고 말한다. 걸그룹을 알게 됐더니 다소 어린 직원들과의 대화에 거리낌 없이 낄 수 있고, 어떨 때는 대화를 주도할 수도 있게 됐다는 것이다. 조 대표는 걸그룹에서 끊임없는 시장의 변화에 대처하며 위기를 극복해 내는 경영전략을 발견하기까지 한다.

40대는 우리 사회의 중추다. 그만큼 시대의 트렌드에 몸을 잘 맡길 줄 알아야 한다. 세상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면 도태되기 쉽고 자녀에게도 소외될지 모른다. 젊은이들 것이라고, 창피하다고 배척해서는 중추적 역할도 제대로 해내지 못할 확률이 높다. 그래서 동아일보 주말섹션 O₂가 준비했다. ‘40대 이상을 위한 걸그룹 가이드!’ “이 나이에 무슨…”이라는 말 부디 하지 말아 주기를. 차근차근 읽다 보면 어느새 ‘아랫것들’과 동질감이 스멀스멀 생기는 체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 기본-걸그룹을 말해 봐


걸그룹은 걸(girl·소녀)이라고 부를 수 있는 여성들이 춤과 노래를 하는 가수 집단을 이른다. 걸이라고 해서 나이까지 꼭 소녀여야 할 필요는 없다. 서른 살이 넘는 걸그룹 소속 가수도 있다. 다만 소녀처럼 보여야 한다는 것은 필요조건이다.
▼ 걸그룹 노래 부르는 순간 ‘꼰대’ 탈출… 후배가 먼저 말 걸어와 ▼

지상파든 종합편성채널이든 오락전문 케이블TV든 아무튼 현재 활동을 하고 있는 걸그룹은 30개 안팎이다. 이 모두를 다 알 수도, 기억할 수도, 알 필요도 없다. 인터넷에는 이른바 ‘걸그룹 서열’이라는 것이 매주 또는 매달 수정·보완돼 뜬다. 어떤 공신력이 있는 기관에서 집계하는 것은 아니고 이른바 ‘누리꾼(네티즌) 심사원(혹은 심사단)’이 자의적으로 선정한다. 그러나 의외로 현재의 인기를 오차범위 내에서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

올해 6월 말 기준 걸그룹 서열에서 여러분이 이름만이라도 알면 도움이 되는 걸그룹은 10개 안팎이다. 나열할테니 작게라도 따라 읽어 보자.

소녀시대 2NE1(투애니원이라고 발음한다) 카라 원더걸스 티아라 f(x)(에프엑스라고 읽는다) 브라운아이드걸스(브아걸이라고 줄여 말하기도 한다) 미쓰에이 시크릿 씨스타 애프터스쿨 포미닛.

휴, 너무 많은가. 그럼 여기서는 이른바 연예기획사 빅3라고 일컬어지는 SM, YG, JYP 소속 대표 걸그룹만이라도 알아보자. 입문 단계의 목표는 주요 멤버의 이름과 히트곡 한두 개의 제목을 아는 것이다.

먼저 SM 소속의 ‘국가대표’ 걸그룹 소녀시대. 9명으로 이뤄졌다. 미국 NBC의 인기 토크쇼 ‘데이비드 레터맨 쇼’에 한국 가수로는 최초로 출연해 공연을 했다. 9명의 이름을 다 외우는 건 당연히 무리. 히트곡은 ‘Gee(지)’, ‘소원을 말해 봐’, ‘더 보이즈’ 등. 최근 이들 중 3명이 팀 안의 팀이라 할 수 있는 유닛(unit) 그룹 태티서를 만들었다. 태연 티파니 서현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이름이다.

YG 소속의 2NE1은 4명으로 구성됐다. 리더는 씨엘. 오래전 필리핀에서 아이돌 바람을 일으켰던 산다라 박도 함께한다. 소녀시대가 수려한 외모와 정돈된 옷차림으로 청담동 스타일을 지향한다면 2NE1은 자유분방한 외모와 펄펄 튀는 옷차림으로 ‘홍대 앞’ 스타일을 소화한다. 대표곡은 ‘I Don’t Care’, ‘내가 제일 잘나가’.

JYP 소속의 원더걸스는 5명이다. 4년 전 ‘Tell Me’와 ‘노바디’로 인기몰이를 하다 야심 차게 미국에 진출해 그들 나름의 성과를 거두는 동안 한국 걸그룹 무대에서는 잠시 주춤했다. 그러나 최근 ‘Like This’라는 곡으로 명성을 되찾는 중이다. 리더는 선예. 만두라는 별명이 붙은 소희도 있다.

[채널A 영상] ‘저고리 시스터’부터 소녀시대까지…걸그룹 역사 한자리에

○ 심화 - 이야기를 들어 봐

주요 걸그룹의 이름이 입에 좀 붙었는가. 그렇다면 자녀나 후배 직원이 걸그룹 이야기를 할 때 고개를 끄덕끄덕할 수는 있다. 그러나 아직 대화에 본격적으로 끼어들 경지는 아니다. 심화 단계에서는 각 걸그룹의 구성원들에 대한 사소한 정보들을 숙지하도록 하자. 대화에는 역시 깨알 같은 이야기들이 효과를 본다.

먼저 걸그룹들이 많다 보니 혈연으로 맺어진 멤버들도 있다. 소녀시대의 제시카는 f(x)의 크리스탈과 자매간이다. 제시카가 언니다. 소녀시대의 써니는 소속사 SM의 사실상 대표인 이수만 프로듀서의 친조카다. 결성 초기에 “삼촌이 힘을 써서 팀에 들어왔다”는 루머가 돌기도 했지만 사실이 아니다.

한류 바람을 타고 외국인 멤버들과 같이 팀을 꾸리는 경우도 있다. f(x)의 빅토리아는 중국인이고 엠버는 미국 국적이다. 미쓰에이 4명 중 지아와 페이는 모두 중국인이다. 7인조 걸그룹 라니아에는 태국인 조이가 있었다. 그는 최근 태국에서 일어난 대지진으로 오빠가 실종되자 충격을 받아 잠정 탈퇴했다.

연습생 때는 같이했지만 데뷔는 다른 팀에서 하게 된 멤버도 있다. 포미닛의 현아는 원래 원더걸스 소속이었다. 2007년 ‘Tell Me’ 뮤직비디오까지 찍은 다음에 그만뒀다. 그 후임이 랩을 전공으로 하는 유빈이다. 현아는 포미닛에 들어가서는 솔로로도 나서서 선정적인 안무의 ‘버블팝’을 내놨고 지난해에는 남성 아이돌그룹 비스트의 장현승과 함께 유닛 그룹 ‘트러블메이커’를 구성하기도 했다. 원더걸스의 선미는 미국에서 한창 활동하다 중도에 학업을 계속하고 싶다며 탈퇴했다. 그 뒤를 혜림이 이었다. 티아라의 소연은 원래 소녀시대 멤버였는데 데뷔 직전 팀을 나오게 돼 소녀시대는 9명으로 최종 결성됐다. 2009년 데뷔할 때는 6명이던 티아라는 이후 2명을 더 영입해 8인조로 개편됐다. 8명이던 애프터스쿨은 최근 멤버 가희가 솔로와 연기 병행을 이유로 탈퇴하고 새롭게 가은이 영입됐다.

걸그룹은 종합연예인을 지향한다. 노래만 부르는 것이 아니라 배우로 활약하는 걸그룹 구성원도 적지 않다. 미쓰에이의 수지(배수지)가 현재로서는 선두주자로 보인다. 최근 400만 관객을 동원한 ‘건축학개론’의 주연을 맡았고 드라마 ‘빅’에도 출연한다. 소녀시대 윤아는 일찌감치 KBS 일일드라마에 출연해 남녀노소의 인기를 끌었고, 같은 팀 유리는 최근 끝난 드라마 ‘패션왕’에서 연기실력을 드러냈다.

○ 실천 - 노래를 불러 봐

이렇게 기본 지식과 정보를 숙지했다면 이제는 걸그룹 노래에 도전해 볼 차례다. 특히 40대 부장들이라면 20대 여직원 사이에서 센스 있는 부장님이라는 소리를 한번 들어보자. 물론 완벽하게 소화하는 건 쉽지 않겠지만 노력은 꼭 보상을 받는다. 동아일보 인턴기자 최지연 씨(24·이화여대 4학년)가 여러분에게 추천하는 노래는 모두 다섯 곡. 노래방에서뿐만 아니라 여러분의 MP3 플레이어에 잊지 말고 저장해 놓아야 할 ‘주옥’ 같은 노래들이다.

티아라 ‘롤리폴리’


1970년대 말 디스코풍의 쉬운 멜로디라인과 리듬이 40대 중반에게는 아주 친숙하게 들린다. 뮤지컬 안무계의 최고봉인 서병구 씨가 안무를 짰다. 후렴구에서 왼손은 허리에, 오른손은 아래에서 위로 뻗으며 허공을 찍는 동작만 할 수 있으면 무난하게 노래방에서 소화할 수 있다.

태티서 ‘Twinkle’


소녀시대의 유닛 그룹 태티서의 싱글 데뷔곡이다. 그다지 빠르지 않은 템포에 1980년대 팝음악 같은 맛도 있어서 몇 번만 들으면 그다지 어렵지 않게 따라 할 수 있다. 랩도 포함돼 있지 않아 더 마음 편하다. 다만 세 명이서 나눠 부르는 노래를 혼자서 부르기가 쉽지 않으니 오버하지 않도록 유의하자.

2NE1 ‘내가 제일 잘나가’

가창력과 랩 실력이 받쳐 줘야 하는 노래. 소싯적에 서태지와 아이들의 ‘하여가’나 ‘컴백홈’ 같은 곡을 어렵지 않게 소화했던 경험이 있는 40대라면 한번 도전해 볼 만하다. 만약 랩이 어렵다고 느껴진다면 아끼는 후배를 일으켜 세워 같이 하자고 부추겨 보자.

시크릿 ‘별빛 달빛’

트로트 곡조가 잔잔히 깔린 멜로디에 빠르지도 않아서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다. ‘슈비두바 빠빠빠 슈비두바 빠빠빠 랄랄랄라라’ 하는 가사를 반복하며 양팔을 고릴라처럼 앞가슴을 치듯 반복하는 이른바 아기 고릴라춤은 40대가 무색할 만큼 깜찍해 보일 수도 있다. 40대 배우 유해진이 기분 좋게 취하면 이 노래를 부르며 고릴라춤 율동을 한다고 알려졌다.

원더걸스 ‘노바디’

어떻게 보면 걸그룹 노래의 고전 축에 드는 노래다. 그러나 언제 불러도 호응을 얻을 수 있다. 유튜브에서 미국 소년이 이 노래를 리듬 앤드 블루스(R&B) 스타일로 멋들어지게 편곡해 부르는 걸 따라 하는 것도 방법이다. 두 눈을 지그시 감고 느린 템포로 ‘I want nobody nobody but you’를 해보자. 감미롭다.
소녀시대의 유리(왼쪽)과 수영, f(x)(오른쪽 위), 원더걸스(오른쪽 아래). 주요 걸그룹 관련 내용을 쉽게 외울 수 있도록 노래를 만들었다. QR 코드를 찍으면 본지 권기범 기자가 직접 부른 암기송을 들을 수 있다. 동아일보 DB
소녀시대의 유리(왼쪽)과 수영, f(x)(오른쪽 위), 원더걸스(오른쪽 아래). 주요 걸그룹 관련 내용을 쉽게 외울 수 있도록 노래를 만들었다. QR 코드를 찍으면 본지 권기범 기자가 직접 부른 암기송을 들을 수 있다. 동아일보 DB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최지연 인턴기자 이화여대 영문과 4학년  
#걸그룹#직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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