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일본 극우파 인사가 위안부 소녀상에 말뚝을 묶은 것에 항의하기 위해 60대 남성이 주한 일본대사관 정문을 트럭으로 들이받았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9일 오전 4시 55분 경 자신의 1t 트럭을 몰고 종로구 중학동 일본대사관 정문으로 돌진한 골동품 판매상 김모 씨(62)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날 돌진으로 대사관 철문이 안쪽으로 1m가량 밀렸지만 인명 피해는 없었다.
김 씨는 취재진에게 “말뚝 때문에 소녀상이 다시 한번 정조를 짓밟혔다”며 “(말뚝을 묶은) 그 사람(스즈키 노부유키·鈴木信行·47)은 한국 법정에 서야 하고 나는 일본에서 처벌을 받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스즈키 씨에 대해 입국 불허 조치를 내렸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정부가 ‘말뚝 사건’에 미온적으로 대처하자 ‘더는 참을 수 없다’는 생각으로 지난달 28일부터 세 차례에 걸쳐 일본대사관을 사전 답사했다. 김 씨의 트럭은 차량통행과 인적이 드문 새벽 시간을 노려 대사관으로 돌진했다. 트럭 측면에는 ‘독도는 우리땅’, ‘일본 각료 여러분, 독도는 한국 땅 다 아시죠!’라고 쓰인 플래카드가 붙어 있었다. 경찰은 김 씨의 주머니에서 “위안부 소녀의 상 앞에 말뚝을 박은 행위는 천벌을 받아 마땅하다”, “혹시 제가 죽으면 화장해 독도 앞바다에 뿌려 달라”는 B4용지 2장 분량의 자필 메모도 발견했다. 김 씨는 술을 마시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김 씨가 일본과 관련한 집회·시위에 참가한 적이 없고 특정 단체 소속이 아니라고 진술했다”며 “인명 피해 가능성이 있었고 외교적으로도 중대한 사안인 만큼 김 씨에 대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외교통상부는 “대사관 앞 경비 강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후지무라 오사무(藤村修) 일본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김성한 외교통상부 2차관이 유감을 표시한 데 이어 재발 방지를 위해 모든 가능한 조치를 하겠다고 했다. 일본 정부로서도 이번 사건을 유감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발표했다.
고현국 기자 mck@donga.com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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