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유괴” 가장한 보이스피싱… 5명에 1억2000만원 뜯어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19일 03시 00분


“아버지! 깡패들이 절 죽이려고 해요.”

2일 오전 10시경 인천에서 세탁소를 하는 강인국 씨(68)가 전화를 받자마자 수화기 너머로 아들(31)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잠시 후 굵직한 남자 목소리가 나왔다.

“당신 아들이 자꾸 반항해 머리를 때렸다. 당장 돈을 보내지 않으면 장기를 팔고 죽이겠다. 전화를 끊지 말고 즉시 보내라.” 그는 2000만 원을 요구했다. 놀란 강 씨는 전화를 끊지 못한 채 인터넷으로 300만 원을 송금했다. 송금액이 요구액보다 적다는 것을 알게 된 남자는 빌려서라도 나머지 돈을 보내라고 다그쳤다. 그사이 강 씨의 아내가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가 되지 않아 강 씨는 범인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30여 분 동안 이어진 협박은 강 씨의 아들이 부재중 전화를 확인한 후 어머니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 끝이 났다. 강 씨는 “당황한 나머지 비명소리가 진짜 아들 목소리처럼 들렸다”며 “범인이 전화를 끊지 못하게 해 아들에게 확인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수법으로 부모들로부터 돈을 뜯어낸 ‘유괴를 가장한 보이스피싱’ 범죄자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올 5월부터 최근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부모들을 협박해 1억2000만 원을 뜯어낸 혐의(사기 등)로 박모 씨(40) 등 4명을 구속했다고 18일 밝혔다.

박 씨 등은 인터넷 카페를 통해 개인명의 통장 60개를 개당 50만 원을 주고 구입해 범행에 이용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보이스피싱#유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