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 당시 이뤄진 ‘김현희 가짜몰이’에는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사의 무차별 의혹 보도도 한몫했다. 당시 김 씨를 다룬 지상파 방송사의 주요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김현희 씨가 자살을 시도하거나 KAL 858기가 폭파됐다는 증거가 없다”는 주장과 의혹을 강조하는 내용을 담았다.
참여정부 시기(2003∼2007년) 방송3사의 김현희 관련 프로그램을 분석한 결과 MBC는 간판 시사프로그램 PD수첩 ‘16년간의 의혹, KAL 폭파범 김현희의 진실’(2003년 11월 18일 방영) 편에서 당시 ‘김현희는 가짜’라고 주장한 천주교 인권위원회와 정의구현사제단의 활동과 주장을 강조해 보도했다. 이 프로그램에는 이정희 전 통진당 공동대표의 남편인 심재환 변호사도 출연해 “김현희는 완전히 가짜다. 절대로 북한 공작원이 아니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또 프로그램은 “김현희 가짜 의혹이 타당하다면 전면 재조사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같은 의혹 부풀리기식 보도는 11일 후인 11월 29일 SBS 고발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로 이어졌다. 이날 방영된 ‘16년간의 의혹과 진실’ 편은 △KAL 858기 폭파 후 미얀마와 태국 국경지대 수색에 최초로 참여한 경찰들 취재 △KAL 858기 최종 실종 지역 △사고 이후 블랙박스를 제대로 회수하지 않고 10일 만에 현지조사단이 철수한 점 등을 들며 의혹을 키웠다.
KBS는 6개월 뒤인 2004년 5월 22, 23일에 걸쳐 일요스페셜 2부작 ‘폭파, 진실은 무엇인가(1부)’, ‘김현희와 김승일-의문의 행적(2부)’ 편을 보도했다. 당시 방영분에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비행기 잔해 감정 보고서를 최초로 입수해 분석한 결과 당시 발견된 잔해에서는 폭파 흔적이 전혀 없었다”고 전했다.
또 비행기 폭파에 사용했다는 라디오 폭탄의 정체, 북한공작원 김승일 씨의 필적을 감정한 결과 동일인물이 아닐 수 있다는 내용도 담았다.
방송계에서는 당시 “지상파 주요 시사프로그램에서 같은 소재를 동시다발적으로 다룬 경우가 많지 않은데 의아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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