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금리 담합 의혹… 금융 신뢰가 흔들린다]<上>메가톤급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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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21일 03시 00분


금리조작 확인땐 4500조 파생상품 시장 증발 사태 올수도

공정거래위원회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의혹에 대한 조사가 ‘메가톤급’ 후폭풍을 몰고 오고 있다. 당장 주식시장에 여파가 미치고 있고 CD 금리 관련 파생상품 시장에는 긴장감이 감도는 상황이다. 일부 시민단체는 금리 담합으로 대출자들이 막대한 피해를 보았다며 은행을 상대로 대형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무엇보다 의혹의 실체가 조기에 밝혀지지 않으면 국제 금융시장에서 한국 금융시스템의 신인도 하락도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전문가들은 전 세계를 강타한 유럽 재정위기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았던 한국 금융시장이 실체가 뚜렷하지 않은 CD 금리 담합 의혹에 발목이 잡혀 휘청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악의 경우 이번 사태가 금융 선진국인 영국 금융시장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은 리보(LIBOR·런던 은행 간 금리) 조작 사태와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증시에서 은행, 증권주 충격

코스피시장에서 은행업종 주가는 18∼20일 공정위의 현장 조사가 시작되기 하루 전인 17일보다 3.46% 떨어지며 전체 업종 가운데 가장 큰 하락 폭을 보였고 증권업종도 이 기간에 1.75% 하락했다. 반면 코스피는 0.05% 올랐다.

특히 금융업종에 대한 외국인투자가들의 팔자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18∼20일 외국인들은 국내 증시에서 2270억 원어치의 순매수를 보였지만 은행주는 68억 원어치를 팔아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은행주 하락은 리보 사태에 따른 전 세계적인 금융업종에 대한 우려감에 CD 금리 담합 의혹이 겹친 결과로 분석했다. 이번 조사의 여파로 CD 금리가 낮아지면 이와 연동한 기업 및 가계대출 금리도 떨어져 은행의 순이자 마진이 감소하고, 이는 곧 은행의 실적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예상에 따른 것이다.

공정위의 조사 결과에 따라 은행들이 막대한 과징금을 부과받게 되거나 그동안 과도한 이자를 부담했다는 소비자들의 집단소송에 휘말리면 상황이 더 나빠질 가능성도 있다. 3월 말 기준으로 국내 은행의 총 원화대출 1080조 원 중 324조 원(30%)이 CD 금리 연동 대출이다. 0.1%포인트 금리를 올리기로 담합했다면 은행이 1년에 3240억 원의 부당이득을 얻게 된다. 만일 0.3%포인트 금리를 올렸다면 부당이득 액수는 연간 1조 원에 육박한다. 개인 편에서 보면 CD 금리 연동 대출상품으로 1억5000만 원을 빌렸을 때 금리 담합으로 대출이자가 1년 동안 0.1%포인트 높게 유지됐다면 연간 이자 부담이 150만 원 더 늘어난다.

이에 따라 시민단체인 금융소비자연맹(금소련)은 은행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담합이 사실로 밝혀지거나 CD 금리가 폐기될 경우 국내 파생상품 시장에서 외국 금융기관이 빠져나가는 등 큰 혼란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CD 금리는 관련 파생금융상품의 가격 결정에 영향을 주는 핵심 변수이다. 따라서 CD 금리 담합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CD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한 약 4500조 원 규모의 파생상품 시장에 큰 파장이 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CD 금리를 대체할 만한 지표가 없고 새로 만든다고 할지라도 신뢰가 어려워 재계약 대신 대량 청산이 이뤄질 수도 있다. 현재 국내 전체 파생상품 시장이 7000조 원임을 감안하면 절반이 넘는 파생상품 시장이 증발하는 사태가 생길 수도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파생금융상품은 이자율에 따라 계약한 일정 금액을 받기로 한 것과 마찬가지인데 금리가 조작됐다면 로또 당첨번호를 바꾸거나 당첨액을 바꾼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 한국 금융 대외신인도에 타격

나란히 앉은 공정위장과 금융위장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조사를 주도하는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왼쪽)과 담합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밝힌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20일 국회에서 나란히 앉아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나란히 앉은 공정위장과 금융위장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조사를 주도하는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왼쪽)과 담합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밝힌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20일 국회에서 나란히 앉아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무엇보다 CD 금리 담합 의혹의 여파는 한국의 대외신인도에 엄청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조작의 당사자로 의심받고 있는 금융회사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담합 의혹이 지속되면 국제 금융시장에서 한국 금융회사의 채권에 대한 기피 현상이 생길 수 있다. 이주형 금융감독원 외환감독국장은 “금융회사의 채권 가격은 해당 회사의 실적과 건전성뿐만 아니라 해당 국가의 전반적인 금융시스템에도 영향을 받는다”며 “단기 조달자금의 지표 금리에 대한 신뢰가 흔들린다면 그 나라의 금융회사가 발행하는 채권을 누가 사려고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수요가 줄어들면 채권 가격이 떨어지고 채권 금리는 상승한다. 채권 금리 상승은 국내 금융기관의 조달 금리가 그만큼 올라간다는 의미다. 집단소송 리스크가 해결되지 않으면 금융회사의 신용등급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는 현재 국제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리보 금리 조작 사건에 비춰 볼 때 충분히 우려할 만한 시나리오라고 할 수 있다. 리보는 영국은행연합회(BBA)가 20개 은행에서 은행 간 차입금리를 받아 최고·최저 4개 금리를 제외한 나머지를 평균 내 발표하는 단기금리다.

현재까지 영국 정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7년 서브프라임 위기를 전후한 시기에 바클레이스 은행의 트레이더들은 실제 자신들이 다른 은행에서 차입한 금리를 고의로 낮춰서 BBA에 보고했다. 또 트레이더들은 리보를 이용한 금융상품에 계약할 때 금리 하락에 베팅한 뒤 금리 제출 담당자에게 리보를 낮춰 달라고 요구하는 방식으로 엄청난 차익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 바클레이스 회장에 이어 최고경영자(CEO)가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한 상태다. 모건스탠리는 리보 조작 사건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는 12개 글로벌 대형 금융회사가 벌금과 소송에 따른 배상액 등으로 부담해야 할 금액이 220억 달러(약 25조3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CD금리 담합#금리조작#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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