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금리 담합 의혹… 금융 신뢰가 흔들린다]<下>부당영업 사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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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25일 03시 00분


수익 올리는 데 급급한 은행, 대출서류 서명까지 조작

시중은행들은 2009년 외환수수료를 담합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96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이 수수료는 수출업체의 업무를 대행한 대가로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신설했지만 수수료 수준이 엇비슷했다. 과징금을 부과받은 은행들은 공정위의 결정에 맞서 행정소송을 냈다가 패소했다. 법원은 은행 사이에 합의가 없었다면 은행별로 적당한 요율을 검토했을 것이라고 적시했다.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의혹이 제기되기 전에도 금융계에는 담합 논란이 적지 않았다. 공정위가 CD 금리 결정 과정에서 담합이 개입했을 것으로 의심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번 담합 의혹이 아니더라도 은행과 증권사뿐만 아니라 카드사와 보험사 등 모든 금융회사들은 탐욕을 앞세워 부당이득을 챙겨 왔다.

○ 감독당국까지 ‘설득(?)한’ 카드사

금융감독원 신용카드 담당 A 팀장은 2010년 5월 현대카드 직원으로부터 ‘주택이나 전세금을 담보로 고객에게 카드론을 해줄 수 있느냐’는 문의를 받았다. 그는 실무자의 검토 결과 신용카드 대출은 ‘소액, 단기, 무담보’인 특성상 불가능하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이 카드사 직원은 A 팀장을 여러 번 찾아왔다. 이 직원이 전세금만이라도 카드론으로 가능한지 다시 검토해 달라고 끈질기게 설득하자 A 팀장은 실무자의 보고서를 건네받아 직접 수정했다. 관련 법령에 카드사의 담보대출이 명확하게 제한되지 않았고 담보가 있으면 카드사 건전성에도 문제가 없다는 내용으로 고쳤다.

결국 금감원은 같은 해 8월 이 카드사가 제출한 전세금 담보대출 약관을 승인했고 롯데카드도 곧 같은 상품의 약관을 승인받았다. 두 카드사는 2011년부터 전세금 담보 카드론을 내놓아 올해 3월 현재 대출 잔액이 800억 원에 육박한다. 전세금 담보 카드론의 최고 한도는 2억 원 안팎으로 일반 카드론의 대출한도 3000만∼5000만 원을 훨씬 웃돈다. 은행권에서 대출을 거절당한 저신용자가 이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카드사들이 과다한 부가서비스 제공으로 인한 관련 비용이 신용판매 이익을 지나치게 초과하는 일도 적지 않았다. 이는 가맹점에 불이익으로 돌아가거나 소비자들을 위한 부가서비스 축소로 귀결될 가능성이 있다.

감사원이 최근 3년간 누적손실이 가장 큰 20개 카드상품을 뽑아 검토한 결과 이 중 19개는 수익성이 과다 계상돼 있었다. 예를 들어 연회비 100만 원의 신용카드를 설계할 때 신용판매 이익은 13억 원, 부가서비스 비용은 18억 원을 올릴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2011년 이 카드의 신용판매 이익은 27억 원으로 부가서비스 비용 41억 원에 훨씬 못 미쳤다. 이렇게 되면 카드사는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가맹점에 높은 수수료를 매기거나 카드 대출 수수료율을 높이는 방식을 채택할 수 있고 소비자들에게는 처음 약속한 부가서비스를 축소할 우려도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 은행이 대출 계약서 서명까지 조작

KB국민은행 고객인 이모 씨(65)는 최근 자신이 대출받은 서류를 보고 깜짝 놀랐다. 대출금이 2400만 원에서 1억9200만 원으로 8배 부풀려졌다. 대출계약서의 서명은 다른 사람 필체였다. 뒤늦게 이를 알게 된 이 씨는 금감원에 민원을 냈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은 대출금이 8배로 적혀 있는 것은 조합원 8명을 대표한 이 씨에게 대출하는 것으로 형식이 달라져 1명당 대출금(2400만 원)의 8배인 1억9200만 원이 됐다는 군색한 변명을 내놓았다. 이 씨의 대출 담당자는 지점장으로 승진했고 별다른 불이익을 받지 않았다.

보험사들은 남자아이에 비해 여자아이의 태아보험료가 더 싸다는 사실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보험료 60억 원을 챙겼다. 태아보험은 일반적으로 사고율이 낮은 여아의 보험료가 남자아이보다 적다. 그러나 보험 가입 시점에는 성별을 알 수 없어 보험사는 계약자에게 남아보험료를 적용해 계약을 체결해 왔다. 현행 제도상 보험사는 계약 체결 뒤 여아가 태어나면 계약 시점부터 태아 등재 시점까지의 보험료 차액을 정산해 계약자에게 되돌려주어야 한다. 보험사들이 이렇게 챙긴 이익만 60억여 원이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CD금리 담합 의혹#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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