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모드’ 트래펄가 광장 20, 30대는 ‘불평 모드’
“경기장 찾을 생각 있나?” 자원봉사자 빼고 모두 “NO!”… 대부분 ‘K-pop’ 존재 몰라
23일 낮 영국 런던의 심장 트래펄가 광장은 전 세계에서 몰려든 올림픽 관광객들로 인산인해였다. 광장 중심부는 올림픽 개막행사의 무대 설치작업이 한창이었다. 광장 뒤편 내셔널갤러리 입구에는 올림픽 개막까지 남은 시간을 알리는 전광판이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런던의 겉모습이 조금씩 올림픽 모드로 탈바꿈하고 있는 그 시각. 영국의 젊은이들도 모처럼 햇볕을 쬐기 위해 광장으로 나왔다. 하지만 그들은 올림픽을 앞둔 나라의 청년이라고 보기엔 너무나 차분했다. 런던 트래펄가 광장, 런던대 주변을 돌며 영국 20, 30대 젊은이 30여 명과 만나 올림픽에 무관심한 세태를 들여다봤다.
영국 20, 30대들은 올림픽에 대해 심드렁한 반응을 보였다. 자원봉사자 등 올림픽에 관여하고 있는 5명을 제외하면 ‘경기장을 직접 방문할 생각이 있다’는 의사를 밝힌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케이팝(K-pop·한국대중가요) 열성 팬이라는 대학생 애나 토치 씨(19)는 “TV 중계는 보겠지만 비싼 돈을 주고 올림픽경기장을 갈 생각은 전혀 없다. 차라리 그 돈을 아껴서 나중에 샤이니 콘서트에 가겠다”고 말했다.
20, 30대의 불만은 경제와 교통에 집중됐다.
올림픽의 경제효과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가 많았다. 유럽 경제위기와 구직난 속에서 올림픽이 국가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얘기였다. 배관공 필 미첼 씨(22)는 “음식, 차비, 공공서비스 등 물가는 모조리 올랐는데 임금만 그대로다. 삶이 팍팍해졌다”고 말했다. 회사원 데이브 포스터 씨(27)는 “정부가 청년실업이라는 큰 문제를 뒤로 미루고 올림픽에 돈을 낭비하고 있다. 폐막 후 경기침체가 올까 두렵다”고 꼬집었다.
피부에 직접 와 닿는 교통체증에 대한 불만도 많았다. 특히 조직위가 원활한 대회 운영을 위해 주요 간선도로에 설치한 ‘올림픽 라인’에 대한 원성이 컸다. 올림픽 라인은 행사 관련 차량을 우선적으로 통과시키는 차로다. 회사원 제임스 로드니 씨(29)는 “런던은 길이 좁다. 왕복 3, 4차로 도로가 대부분인데 1차로를 막으니 교통체증이 훨씬 심해졌다”며 “더구나 130파운드(약 23만 원)에 이르는 올림픽 라인 위반 벌금은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테러에 대한 공포도 달갑지 않다. 대학생 제니퍼 마셜 씨(23)는 “거리에 군인이 너무 많다. 올림픽이 도대체 뭔데…. 우리가 왜 테러의 공포에 시달려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한편 국내에 세계적인 현상으로 소개되고 있는 케이팝에 대한 런던 청년들의 관심에는 시각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어로 자신의 이름을 쓸 정도로 열광적인 팬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케이팝의 존재 자체를 몰랐다.
내셔널갤러리 앞 화단에서 만난 회사원 소피 로 씨(30)의 말은 영국 20, 30대의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젊은층 사이에서 농담처럼 하는 말이 있다. 올림픽이 다가와서 좋은 것은 날씨가 화창해졌다는 것뿐이라고. 만약 계속 이상 저온현상과 흐린 날씨가 계속됐다면 젊은이들의 올림픽 무관심은 더 커졌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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