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모 씨(30)는 2005년 10월 성폭행 혐의로 부산고등법원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2010년 9월 형기가 끝나기 전 전자발찌 부착명령과 함께 매일 오후 11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 반까지는 주거지에 머물러야 하는 ‘특별준수사항 부과명령’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올해 5월 서울 강서구 가양동 자신의 집에서 술에 취한 채 ‘전자발찌 때문에 하는 일마다 뜻대로 되지 않는다’며 집에 부착된 재택감독장치(주거지 이탈 시 신호를 발신하는 장치)를 떼어내 부수고 발목에 채워진 전자발찌도 잘라냈다. 집에서 뛰쳐나온 연 씨는 아파트 4층 복도 유리창을 23장 깨뜨리는 등 난동을 피우다 경찰에 붙잡혔다.
전자발찌 부착명령을 이렇게 무시한 연 씨에게는 어떤 처벌이 뒤따를까. 위치추적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은 전자발찌를 임의로 손상시키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남부지법은 26일 이 같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연 씨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그는 감옥에서 6개월만 지내면 다시 전자발찌를 차고 바깥세상에서 활보할 수 있다.
이처럼 성폭력 전과자가 전자발찌를 잘라도 처벌 규정에 비해 낮은 형이 선고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앞서 2월 창원지법 진주지원은 주거지에 머물도록 돼 있는 시간을 고의로 어기고 전자발찌의 위치정보를 발신하는 휴대장치를 소지하지 않고 돌아다니는 등 16차례나 규정을 어긴 신모 씨(41)에게 징역 8개월과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지난해 6월 제주지법에서도 전자발찌를 잘라낸 김모 씨(68)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하는 데 그쳤다.
성폭력 전과자의 전자발찌 훼손 행위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이 계속될 경우 정부가 전자발찌 착용 대상을 확대 및 소급 적용하더라도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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