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경제… 한국 성장률 쇼크]유럽 늪에 수출-내수-투자 허우적… 3%성장 마지노선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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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27일 03시 00분


■ 2분기 GDP 성장률 급락

“세계 경제가 비포장도로에 진입해 웅덩이에 빠졌다가 나오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도로 폭이 좁아서 (한국 경제도) 군데군데 파인 웅덩이를 피해 갈 수 없는 상황입니다.”

김영배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26일 올해 2분기(4∼6월)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발표하면서 한국 경제가 놓인 상황을 이렇게 비유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지난해 4분기 유럽 재정위기로 웅덩이에 빠졌다가 올해 1분기에는 헤쳐 나왔지만 2분기에 스페인의 구제금융 신청 가능성으로 다시 진창에 빠졌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가 ‘L자형 불황’에 진입해 성장률 마지노선 3%를 달성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한은에 따르면 2분기 경제성장률 0.4% 중 내수 기여도는 ―0.2%포인트, 수출 기여도는 0.6%포인트였다. 내수 침체가 전체 성장률을 갉아먹은 셈이다. 내수 중에서도 통신과 반도체 업체를 위주로 한 설비투자가 전기 대비 6.4%의 두드러진 감소세를 보였다. 설비투자 감소율은 2009년 1분기 ―9.4% 이후 14개 분기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올해 반도체 분야에 15조 원을 투입하기로 한 삼성전자는 1분기에 5조7500억 원을 쏟아 부어 2분기 투자액은 크게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업계도 이동통신 롱텀에볼루션(LTE) 구축이 마무리되면서 2분기 설비투자액을 줄였다. 특히 통신업계는 2분기 실적이 사상 최악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하반기 시설투자까지 줄일 것으로 보인다.

민간소비는 0.5% 증가했지만 전 분기 성장률 1.0%의 절반으로 증가세가 크게 꺾였다. 정부소비도 복지에 투입되는 돈이 줄어 0.2% 감소했다. 수출 역시 0.6% 줄었다. 그나마 수입 감소폭(―1.7%)이 더 커서 분기 성장률을 가까스로 플러스로 끌어올리며 ‘불황형 흑자’를 냈다. 업종별로는 건설업이 건축물 신축이 줄면서 2.1% 감소했고 제조업도 0.1% 줄었다. 반면에 서비스업은 0.5% 늘어 버팀목이 됐다.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달성하려면 하반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3.3% 성장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구제금융 가능성이 높아지고 유럽 경제의 중심인 독일마저 신용등급이 강등 위기에 놓이는 등 유럽의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 수출실적은 지난달 전년 동기 대비 0.8% 감소해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섰다. 민성희 한국정책금융공사 연구원은 “올해 유럽연합(EU) 성장률이 2%포인트 감소하면 한국 수출은 308억 달러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액수는 전체 수출 예상액의 5.4%에 해당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이 국내 매출액 상위 100개사를 조사한 결과 올해 하반기 투자여건지수는 76.0으로 기준치인 100에 크게 못 미쳤다. 여기에 1000조 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로 민간 소비가 둔화되고 부자들마저 지갑을 닫고 있어 내수도 얼어붙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통계가 수록돼 있는 1970년 이후 성장률이 3%를 밑돈 해는 5번에 불과했다. 2차 오일쇼크 이듬해인 1980년(―1.9%), 외환위기를 맞은 1998년(―5.7%), 신용카드 사태를 겪은 2003년(2.8%), 글로벌 금융위기가 덮친 2008년(2.3%)과 2009년(0.3%) 등이다.

다만 한은은 민간소비 성장률이 증가세인 점을 들어 “하반기에는 지금보다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고,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한국 정부가 하반기 경기부양에 나서면서 경제가 차차 회복될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한국은행#경제 성장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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