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 격화 시리아 접경을 가다]<2>17세 반군 “남은 가족 걱정에 死線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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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28일 03시 00분


26일 터키 최남단 야일라다으 난민캠프에서 만난 반군 5명이 동아일보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들이 얼굴 노출을 꺼려 뒷모습만 찍었다. 야일라다으=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26일 터키 최남단 야일라다으 난민캠프에서 만난 반군 5명이 동아일보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들이 얼굴 노출을 꺼려 뒷모습만 찍었다. 야일라다으=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그의 이름은 자심이었다. 나이는 17세. 터키 하타이 주(州) 남부의 알티노주 난민캠프에서 그를 만난 것은 26일 늦은 오후. 캠프에서 14개월째 혼자 지내다 이날 처음 반군에 가담해 전투하러 가는 길이라고 했다. 그는 커다란 스포츠 가방을 메고 있었다. 가방 안에는 구(舊)소련제 칼라시니코프 소총이 들어 있었다. 그는 시리아 북부의 고향 이들리브에서 불붙은 교전에서 살아남기 위해 부모와 5남매를 남겨두고 국경을 넘었다. “가족의 생사를 알고 싶은데 방법이 없어요. 가족을 만나기 위해 반군 전투병에 자원했죠.” 처음 전투에 참가하는 탓인지 그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역력했다.

조금 뒤 인터뷰 자리에 합류한 반군 소속 후세인 씨(47)는 “자심은 나이가 어려 6개월을 기다린 끝에 오늘 처음 전투에 나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알티노주 캠프의 난민 2000여 명 중 200명 정도가 반군이다. 나머지도 대부분 이들의 가족이다. 반군은 소대단위로 나뉘어 1주일에서 2주일 정도씩 번갈아가며 국경을 넘어 정부군과 전투를 벌이고 돌아온다. 전투 현장에 가면 싸울 때마다 돈을 받는다고 했지만 액수를 밝히기는 거부했다. 그냥 “부족하지 않을 만큼 받는다”고 말했다. 신병일 경우 먼저 국경 부근에서 훈련부터 받는다고 했다. 반군 간부들은 대부분 정부군에서 탈영한 장교 출신.

같은 날 터키 최남단의 야일라다으 난민캠프에서 만난 반군 5명의 처지도 기구했다. 전투병 1명, 수송병 2명, 군의관 2명. 모두 시리아 하파 출신으로 한 부대에서 같이 움직인다.

전투병 알와사트(가명·23) 씨는 “평화시위를 벌이는데 정부군이 비무장상태인 친구를 쏴 죽이는 것을 보고 탈출해 반군에 가담했다”고 말했다. 수송병 아사드(가명·22) 씨는 친정부 민병대 샤비하 대원들이 사촌여동생을 강간한 뒤 무참히 살해하는 것을 멀리서 지켜봤다. 반군에 가담한 목적은 오직 복수였다. 하파에서 의사였다가 반군 군의관이 된 아라빌(가명) 씨는 “삼촌이 정부군의 총에 맞아 죽었고 사촌 2명은 정부군에 끌려간 뒤 실종됐다”고 말했다.

난민촌 내부엔 시리아 정부의 정보원도 있다. 알와사트 씨는 “반군이 되고 싶다고 해서 바로 허락해 주지 않는다. 나름대로 신원 확인과 선발 절차를 거친다”고 귀띔했다. 이들은 고향에 있는 친인척 때문에 얼굴을 노출시킬 수 없다며 카메라 앞에 서기를 거부했다. 겨우 뒷모습만 찍도록 허락했다.

반군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미 중앙정보국(CIA)과 영국 대외정보국(MI6) 요원들이 터키 국경에서 터키군과 함께 반군 훈련과 무기 공급에 은밀히 관여하고 있다는 소문은 거의 맞다”고 말했다.

알티노주·안타키아(터키)=이종훈 특파원
알티노주·안타키아(터키)=이종훈 특파원
이곳에서는 시리아 정부군에 대항하던 쿠르드족이 접경 도시 5개를 장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쿠르드 문제가 현안으로 떠올랐다. 터키 시리아 이라크에 흩어져 사는 유랑민족 쿠르드족의 독립문제는 터키의 최대 고민. 터키는 시리아 정부가 반군을 제압한다는 명분으로 터키 접경지에서 군대를 빼내 사실상 이 지역을 쿠르드족에 내준 것으로 보고 있다. 반군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해온 터키에 보복하겠다는 뜻. 일간지 오스유르트의 메틴 딘질 편집인은 “이 지역이 터키의 쿠르드노동자당(PKK), 이라크 쿠르드 세력의 총본산이 돼 지역 안정의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7일 시리아 의원(지역구 알레포) 1명이 터키로 망명했다. 그동안 군인이나 대사들의 망명이 있었지만 의원의 망명은 이번이 처음이다.

알티노주·안타키아(터키)=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시리아 내전#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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